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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부터 논란....연명치료중단 입법 '첩첩산중'

용어부터 논란....연명치료중단 입법 '첩첩산중'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07.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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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용어 사용 논란, 입법 필요성은 공감...국회 토론회서 다양한 의견 제시

▲ 이인영 홍익대 법대 교수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존엄사 법제화'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의 인공호흡기가 공식적으로 제거된 가운데,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용어의 정의와 타당성에서 부터 다양한 입장들이 혼재하고 있어 입법 과정이 쉽지않아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한국입법학회 공동 주최로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존엄사의 올바른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법학자와 의학자들은 법제화의 가능성과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우선 입법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김현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환자의 사전의료지시는 사망 후 효력이 발생하는 유언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환자의 사전의료지시서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한 의사의 면책을 위해서도 법률 제정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개별 병원의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법률이 필요없다는 의견이 있으나, 우리 사회는 이제 존엄사와 같은 문제를 개별병원에 자율적으로 해결토록 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입법화의 첫 출발인 용어의 사용부터 논란이 됐다. 현재 국회에는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대표발의 한 ‘존엄사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종교계가 ‘존엄사’란 용어에 대해 극심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 지난 7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존엄사는 안락사를 아름답게 포장한 개념에 불과하다”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존엄사’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존엄사' 보다 '연명치료중단' 용어가 바람직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인영 교수(홍익대 법대)는 “인간이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담는 법안의 명칭으로 ‘존엄사법’을 쓰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라며 "조력자살 행위를 허용하는 미국 오레곤주와 워싱턴주가 ‘존엄사법’이란 명칭을 쓰고 있어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 주에서는 존엄사의 범주를 벗어난 적극적 안락사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완식 교수는 “안락사라는 용어는 역사적으로 잘못 사용된 사례가 있어 오해 가능성이 있고, 존엄사는 죽음에 대한 미화 가능성이 있다”며 “ '연명치료중단'이라는 용어가 가장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명치료 중단의 대상에 대해서도 확실한 규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의 자연사법에는 지속적 식물상태를 포함하고 있으나, 대만 및 일본에서는 식물상태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 판례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있던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를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그러나 국회 계류중인 신상진 의원 법안은 지속적 식물상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김세연 의원의 법안은 식물상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을 금지하고 있는 등 다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은 "일차적으로 죽음이 임박한 '말기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넓힌 후에 연명치료중단 대상의 범위와 시기 등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연명치료 중단의 대상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인의 책임면제 규정도 법률 명시해야"

▲ 존엄사 토론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발표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사전의료지지서가 없는 환자의 의사추정에 대해 법학자들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김세연 의원의 법안은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해서만 환자의 의사를 확인토록 하고 추정적의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철 국민대 법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명시적 의사표시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연명장치의 제거를 통한 품위있는 죽음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의사확인 절차의 적정성·정당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면 추정적 의사확인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현철 교수 역시 “대법원 판례도 추정적 의사를 인정하고 있다”며 “명시적인 사전의료지시가 없는 경우에도 절차 모델에 따라 이를 심의해 인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자가 원할 경우 ‘의사조력자살’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번 존엄사 소송의 환자측 법률대리인인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는 “존엄사나 자연사는 되고 안락사는 안된다는 논리는 궁색하다”며 “환자의 자기결정이 확실한 경우에는 의사조력자살의 허용을 심도깊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은 “의료계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한 임종환자의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지침 중 법률로 규정해야 하는 부분을 우선 입법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특히 절차에 따른 연명치료 결정에 참여한 의료인의 책임면제 등에 대한 내용과 사전의료지시서, 의료윤리위원회의 법적 지위 등의 내용이 법률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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