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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S 활용을 위한 좋은 기회

AIS 활용을 위한 좋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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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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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환자 중상해 기준에 대한 대검찰청 의견요청에 즈음해

▲ 이상완(대한교통의학회 명예회장 국제교통의학회 동아시아지역 대표)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2009년 2월 27일부터 신호위반·중앙선침범·횡단보도·음주운전 사고 등 소위 11개 예외항목외의 교통사고에서도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 가해자에 대해 공소제기가 가능하게 되었다.

즉 2월 이전까지는 11개 예외항목외의 교통사고는 종합보험 또는 자동차공제보험에 가입된 자동차 운전자에 대해 공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판결을 계기로 대검에서는 '중상해'에 대한 더욱 확실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수립할 목적으로 교통사고관련 단체와 학회 등에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의료법상의 진단서는 '중상해' 여부 판단에 기본적 자료이므로 대한의사협회와 산하 관련 학회에도 견해를 제시했을 것으로 믿는다.

필자는 주로 공학자로 구성된 대한교통의학회를 통해 대검으로부터의 공문을 받았다. 누가 보더라도 이번 이슈는 엔지니어들보다 전문 의료인 및 의학단체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할 사항이다.

외상에 의한 부상자는 단순한 찰과상에서부터 생명이 위독한 중상 및 사망에 이르기까지 손상양태와 정도가 다양하다.

지진과 전쟁 등 대형사고에서 인체손상에 대한 개략적 중증도 분류방법인 트라이지(Triage)가 19세기 초 개발된 이후 환자의 위급한 정도를 보다 용이하게 또는 더욱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점수로 표시된 객관적기준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1970년대부터 해부학적 또는 생리학적 견지에서 여러 가지 분류방법이 개발되었고, 이러한 부상자 중증도 측정과 분류는 세계 각국에서 사고처리 및 법적절차, 손상발생규모 예측 및 사회적 부담산출, 손상분류 및 등록체계 확립, 예후예측, 환자정보 분석 및 피드백, 홍보 및 치료정보제공, 사망 및 장애 감소대책, 임상경과추적, 건강증진프로그램, 질병관리 및 예방, 의료전달체계 구축, 치료적 정성비교, 보상지불제도, 국제 및 지역간 정보교류 등 다양한 연구와 정책적 목적에 사용되고 있다.

교통사고환자들의 중증도 분류는 1971년 미국자동차의학진흥협회(The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Automotive Medicine, AAAM)에서 개발한 해부학적 지표인 약식손상척도(Abbreviated Injury Scale, AIS)가 세계 각국의 의학단체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와 관련된 국공립기관·민간단체·연구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AIS는 교통사고로 야기될 수 있는 상병 이름에 의학적 근거아래 외상의 정도를 미리 숫자로 정해둔 지표이며, 사고 1∼2일 후 의학적 진찰과 검사결과를 기초로 손상정도를 AIS 일람표에 따라 표시하면 된다.

교통사고는 단일손상보다 다발성손상이 많고 이를 위해 AIS를 활용한 최고AIS(Maximum AIS, MIS) 또는 손상중증척도(Injury Severity Score, ISS)를 자주 사용한다.

다른 지표들에 비해 산출방법이 비교적 간단하여 일반인들도 일정기간 동안 사용하면 곧 숙달될 수 있고, 부상정도를 빨리 판단함은 물론 개략적 예후 파악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사망을 제외한 교통사고 중증부상자에 대한 최종평가는 처치 및 수술 등으로 치료가 종결된 후의 해당전문의에 의한 후유증 및 장애유무, 노동력 상실 등에 관한 진단 및 소견서에 의해 각 환자별로 결정될 수밖에 없고 현재 우리도 그렇게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직후의 사고환자 분류가 문제인데, 우리나라 교통사고부상자 중증도 분류는 진단서 치료기간 5일 미만을 부상신고, 5일∼2주를 경상, 3주 이상을 중상, 사고 1개월 내 사망을 사망자로 분류하고 경찰·보험회사 등의 환자분류 및 사고처리에 사용하고 있다.

사고 직후 또는 치료초기의 병·의원발급 진단서는 추정되는 치료기간을 주수(周數)로 표시하지만, '합병증이 없는 한'·'추후관찰을 요함' 등의 단서가 붙어 치료기간이 얼마든지 변화 혹은 연장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특히 다발성 손상 때는 진단주수가 실제 나타나는 중증도와 상이하여 적합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와 같은 진단서에 의한 부상자분류는 오래전부터 통용되는 관행으로 외국과의 자료비교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응급상황 또는 입원초기에 손상정도를 빨리, 그리고 쉽게 나타내고 개략적 중증도 표시를 할 수 있는 AIS와 이를 이용한 MAIS 및 ISS를 의료기관은 물론 교통사고처리 및 법적절차, 손상 및 부상자분류, 사고관리와 관련된 경찰, 검찰, 법원, 보험회사, 연구기관 등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즉 교통사고 직후의 부상자상해기준은 현행 진단서에 의한 것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AIS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란 뜻이다.

정규 의학교육을 받은 의료인들은 물론 교통사고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은 AIS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외상환자를 다루는 전문의들은 MAIS 3 또는 ISS 20 하면 그 환자의 '중증도'를 바로 이해한다.

교통사고에 의한 '중상해' 기준은 장애 및 사회참여제한 가능성이 큰 MAIS 4 혹은 ISS 16 이상 손상 부상자가 당연히 해당되겠지만, 입원 후 전문의에 의한 치료를 요하며 드물게 장애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는 MAIS 3의 포함여부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세계질서의 빠른 변화에 따라 선진국대열 진입을 희망하는 우리나라는 많은 부문에서 개혁과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교통사고 예방 및 사상자 감소는 의료인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현재까지 교통안전문제를 경찰과 공학 분야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 교통안전수준이 하위수준에 머물고 있다.

새로운 제도개선은 말로는 쉽지만 실행되기는 어렵다. 그것은 타당성 및 부작용의 검토 분석, 인력 및 예산확보, 대국민홍보 및 합의도출 등 어려운 문제들이 수반되며, 변화보다는 기존체제 유지를 바라는 공직자의 태도와 관련전문인 또는 단체의 소극적 호응과 협력 때문이다.

새로운 기준 및 시스템 도입은 정책당국자의 추진의지가 있다 해도 관련전문학회 및 단체에서 건설적 의견들을 제시하여 적극적 공조와 협력이 있을 때 성사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추진력은 곧 힘을 잃게 된다.

이번 이슈의 동기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기인된 것이며, 의협 혹은 교통사고 관련 단체에서 먼저 정책당국에 개선을 건의해야 할 문제인데 오히려 국가 주요기관인 대검찰청에서 요청한 것이므로 의학단체로서는 아주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만일 의학단체 혹은 학회에서 AIS 사용을 건의했다면 관철할 수 있을지 짐작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의협은 우선 교통사고관련 각 학회 및 전문 의료인들에게 AIS 활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타당성을 검토한 후 결과를 도출해 대검찰청에 AIS 활용을 적극 추천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책당국자와 협력하여 교통사고환자 취급 의료기관에서 의무기록에 AIS(MAIS, ISS) 사용과 진단서에 이 지표를 표시토록 하고, 교통사고처리 유관기관에서도 AI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 추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즉 의협이 주축이 되어 정책당국자와 유관단체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협은 의사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의료인들의 애로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이지만 국가의 중요한 제도개선과 올바른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때 정부와 사회는 의협을 다시 평가할 것이며 앞으로 의협에서의 요구사항도 경청하면서 해결하려는 긍정적 태도를 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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