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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주민과의 교감이 주는 행복한 여운
고흥 주민과의 교감이 주는 행복한 여운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6.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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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규 원장(고흥 녹동현대병원)
광주에서 나고 자란 백인규 원장은 고흥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이 내 부모 같고 사정이 어려워 공부를 포기하는 아이들의 설움에 가슴이 아프다. 고흥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는 백인규 원장은 고흥을 조금씩 건강하게 만들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일주일에 1~2회 인근 마을 찾아 무료 진료
고흥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30.7%로 노인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백인규 원장이 진료하는 환자도 80% 이상이 노인이다. 농촌 노인층의 문제는 백인규 원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골 어르신들은 쉴 틈이 없어요. 특히 고흥은 바다를 끼고 있어서 요즘은 논농사에 밭농사를 하고 겨울이면 바닷일도 하거든요. 정말 고통스러운 삶이지요. 그렇다고 병원에 쉽게 올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같은 고흥 지역이라도 병원에 오려면 버스를 4번 이상 갈아타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분들이 오시기 힘들다면 저희가 가야죠."

백인규 원장과 녹동 현대병원 직원들이 일주일에 1~2차례 인근 마을을 찾는 의료 봉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저녁 시간에 마을 회관에서 농사를 마치고 들어오는 어르신들을 진료한다.

진료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수액제를 놔드리고 아픈 분들의 증상을 체크하고,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며 쌓인 피로를 풀고 온다. 마을로 직접 찾아가는 의료 봉사는 인기가 좋아서 요즘은 이장님들이 경쟁적으로 연락을 해오기도 한다. 도서 지역에서는 병원 봉사팀을 위해 특별히 배를 내주기도 한다.

"저희 병원은 지역민들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어요. 친구가 힘들면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듯이 몸이 아픈데 제대로 치료를 못하는 분이나 사정이 어려워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도 그냥 그 사람들의 문제만이 아닌 거죠. 고흥 주민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저도 같이 행복한 거 아닌가요?"

환자사랑, 지역사랑 - 고흥사랑

백인규 원장은 공보의로 일하면서 고흥과 인연을 맺었다. 고흥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지만, 고흥 사랑은 대단하다. 지역 사회 문제를 고민할수록, 지역민들과 나누는 크고 작은 일을 해갈수록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그래서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비단 어르신들의 건강 문제만은 아니다.

조부모와 사는 아이들의 학습 문제, 최근 늘어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교육 문제, 범죄예방까지 지역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누가 물어도 고흥에서 나고 자란 사람보다 이 지역을 위한 일이라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별 거 아니라며 말이 짧던 백인규 원장은 고흥과 지역민에 대한 이야기에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매일 '환자사랑, 지역사랑'을 외치며 진료를 시작한다는 그의 일상은 온전히 건강한 고흥 만들기로 가득하다.

무엇이든 지역민을 위해 고민하고 일할 것
"아내와 조금이라도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을 살자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었죠. 6년 전쯤인가요. 아주 추운 겨울이었어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장갑도 끼지 않고 할머니와 종종 걸음으로 걷는 모습을 보는데. 그 모습이 왜 그리 짠하게 보이던지…."

날카로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던 아이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백인규 원장의 얼굴이 먹먹해진다.

그 아이의 모습은 백인규 원장의 생각을 현실화하도록 자극했다. 백인규 원장은 그날 이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인근 초등학교에 해마다 1000천여 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지금은 금산면의 4개교·녹동·도덕 초등학교 등에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장학금을 전하고, 낡은 교구를 교체해주고, 운동부 아이들의 주치의를 자처하면서도 그 흔한 전달식을 해본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저기 알려지는 것이 싫었다. 그간 해온 일들이 알음알음 입 소문이 난 지금도 쑥스럽기만 하다.

백인규 원장이 지역을 위해 해온 일은 그 가짓수만 해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무료 진료와 장학금을 지원 외에도 관내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매년 1000천여 만원을 후원하고, 소록도 병원 한센인 치료 지원·인공관절 무료 시술·사정이 어려운 가정의 의료보험료를 대신 내는 등 제2의 고향 고흥이 건강해지기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건 먼저 나선다.

최근 백인규 원장은 오랜 계획 하나를 실행에 옮겼다. 노인 전문치료시설인 '노인복지타운'(가칭) 부지 조성이 완료된 것이다. 노인복지타운은 국고 예산을 지원 받아 설립을 추진 중이다.

복지타운이 완공되면 고흥 어르신들의 쉼터로 제 몫을 하리라 기대된다. 무엇이든 지역을 위해 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과 그의 계획이 온전하게 실현되는 날, 고흥은 전국에서 행복수치가 가장 높은 곳이 되리라 믿는다.

글·사진 / 보령제약 사보기자 류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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