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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대법관 "의사가 민형사상 책임질 수도"

존엄사 대법관 "의사가 민형사상 책임질 수도"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05.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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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무리...분쟁 소지 막기 위해 '후견인 제도' 활용 권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구할 권리를 사법부가 인정함에 따라 존엄사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미 국회에는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존엄사법안'인 제출된 상태여서 앞으로 이 법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법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이상 앞으로 환자는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연명치료의 중단을 의료진에 요구할 수 있고, 의료진은 이를 이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미 서울대학교병원이 환자에게 연명치료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토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존엄사 기준을 3단계로 나눠 치료중단을 시행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법원이 적시한 존엄사의 요건 즉 ▲환자가 회복이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 ▲환자 스스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힌 경우 등을 모두 충족했다 하더라도 의사가 치료중단을 시행했을 때 뒤따르는 법적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김지형·박일환 대법관은 이번 선고의 '별개의견'을 통해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적 절차와 효력 등을 정하고 있는 입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의료인이 나름대로 신중한 절차를 거쳐 연명치료 중단을 실행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인에게 면책을 인정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환자의 생명권 보호에 관한 중대한 사항을 의료인의 판단에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이들 대법관은 "의료인이 신중한 절차를 거쳐 연명치료를 중단한다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환자 본인이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거나, 환자 본인의 추정적 의사가 불분명한 것으로 판명돼 의료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법원의 사후적 평가에 따라 형사책임까지 부담할 가능성이 배제돼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인은 환자측 요구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고, 조금이라도 문제될 여지가 있으면 연명치료 중단을 실행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라며 "현재 연명치료 중단에 소극적인 의료계의 실상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후견인제도 활용하면 소송절차 필요 없어"
결국 연명치료의 중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소송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듯 하지만, 이들 대법관은 "소송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환자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침해되는 상태가 장기간 방치될 수 있다"며 소송이 아니더라도 법원의 신속한 판단을 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후견인 제도'를 제시했다.

민법상 후견인은 심신상실(금치산) 상태에 있는 환자의 법정 대리인으로서 의사와 의료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후견인이 가사소송법 등 규정에 따라 법원의 허락을 얻어 환자의 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절차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관의 판단이다.

대법관은 "이처럼 현행 민법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 여부에 관한 법원의 사전판단을 받게 하면, 의료인 측의 판단절차에 맡기는 것에 비해 적정하고 법적 구속력 있는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소송 보다 간단하고 신속한 절차를 통해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당사자의 법적 불안정을 제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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