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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폐암을 노리는 표적치료제들

'돈 되는' 폐암을 노리는 표적치료제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9.05.1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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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비툭스 등 긍정적 연구 결과 발표…넥사바·수텐도 3상 진행 중

새로운 무기들이 등장하면 난공불락 '폐암'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최근 주목받고 있는 표적 항암치료제들이 '폐암'이란 표적을 향해 몰려들고 있다. 이미 각자 '주요 타깃'에 대한 효과를 입증한 이후 폐암에 대한 새로운 적응증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한 예로 독일 머크는 대장암·두경부암치료제로 허가받은 '얼비툭스'(세툭시맙)의 적응증을 폐암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란싯>에 게재된 '플렉스'(FLEX)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얼비툭스는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1차 치료에서 백금 기반 표준 항암요법과 병용했을 때 위약 대비 전체 생존기간을 의미있게 늘렸다(11.3개월 vs 10.1개월).

얼마전 열린 '유럽흉부종양다학제컨퍼런스(EMCTO)'에서는 '타이커브'(라파티닙·GSK)의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효과를 본 임상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연구 대상자가 27명으로 규모가 작은 연구이긴 했지만,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과 병용했을 때 질병이 진행된 환자의 비율이 43%였는데 비해 여기에 타이커브를 병용했을 때는 23%로 내려갔다.

상피세포 성장인자에 작용하는 이들 치료제 말고도, 상피세포성장인자와 혈관내피증식인자를 동시에 공격하는 일명 '다중표적치료제'들은 이같은 적응증 확대에 더욱 적극적이다.

현재 대표적인 다중표적치료제는 바이엘의 '넥사바'(소라페닙)와 화이자의 '수텐'(수니티닙) 등이 있으며, 이 둘 모두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두 약 모두 신장암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상대적으로 유병률이 낮은 신장암 보다는 다른 고형암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

넥사바의 경우 최근 흑색종에 대한 3상 연구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바 있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넥서스'(NExUS) 연구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수텐 역시 '다중표적치료제'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렇다할 적응증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폐암에 대한 적응증 추가에 목말라있다.

이처럼 표적치료제들이 폐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우선 과거 혈액암이나 전신화학요법에 집중된 항암제들과는 달리, 최근 선보이는 표적항암치료제들은 고형암 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줬다는 측면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인자를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암종에 관계없이 효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즉, 표적치료제들이 다양한 적응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폐암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보다는 '폐암이 돈이 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는 "현재 나온 표적치료제들의 효과는 사실 고만고만하다"며 "제약회사들이 폐암에 대한 연구를 앞다투어 진행하는 데는 특정 약이 폐암에 더 효과적일 것이란 기대 보다는 폐암의 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암은 한국인의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암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항암제 약품비 현황을 분석한 데 따르면 2004~2008년 5년동안 기관지 및 폐암에 대한 항암제 약품비가 가파르게 상승, 2006년부터 줄곧 상병별 약품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식약청으로부터 적응증을 공식 인정받은 대표적인 폐암 표적치료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게피티닙), 로슈의 '타쎄바'(엘로티닙)와 '아바스틴'(베박시주맙), 릴리의 '알림타'(페메트렉시드) 등이 있다.

한편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폐암에 대한 보다 다양한 종류의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표적항암제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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