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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이번엔 제정될까?

'의료분쟁조정법' 이번엔 제정될까?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05.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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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의원 법안 추진, 14대 국회 이후 다섯번째 도전

▲ ⓒ의협신문 김선경
의료인과 환자 모두의 숙원인 의료분쟁조정법(이하 분쟁조정법) 제정이 또 다시 추진된다. 지난 1988년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건의한 이후 약 20년째 표류중인 분쟁조정법이 이번 18대 국회에서는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의료분쟁 조정 및 피해구제법안'을 마련, 조만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이 이날 공개한 법안은 지금까지 논쟁이 돼오고 있는 핵심 사항들을 상당부분 담고 있다.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반의사불벌 도입
우선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를 도입했다. 의료분쟁 소송은 법안에 명시된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를 마친 후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 위원회의 조정은 재판상 '화해'효력이 있기 때문에, 같은 사안으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는 지금까지 의료계가 강력히 요구해 오고있는 분쟁조정법의 핵심 쟁점 사항 중 하나이다. 그러나 자유롭게 소송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반의사불벌' 제도를 도입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업무상과실치상죄나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보건의료인이 종합보험등에 가입한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형사처벌특례에 해당하는 이 제도는 의료계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이는 '과실책임'이라는 형법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법무부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분쟁조정법을 좌초시킨 주요 원인으로 작용,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큰 논란이 예상된다.

'입증책임 전환'논쟁의 최대 핵심
의료인에게 '무과실 입증책임' 의무를 부여한 조항은 최고 쟁점 사항이다.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다하고 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인력의 흠이 없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의료사고배상책임이 없다'는 내용이다. 바꾸어 말하면 의료인이 자신의 잘못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가장 반발하는 부분이다. 17대 국회 당시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이 추진했던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이 결국 폐기된 것도 입증책임 전환 문제에 대한 첨예한 찬반 입장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의료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환자측이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입증책임의 분배'가 필요하다는 법원의 기존 판례를 반영한 것.

그러나 의료계는 현대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해서도 의료인에게 입증책임을 의무화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정효성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부여할 경우, 의사는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의료행위를 회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의료 발전을 저해하고 나아가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홍석 대한의사협회 입법조사담당은 "의료계가 입증책임 전환을 반대하는 것은 환자측이 의료사고에 대해 완벽히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의료행위와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정도의 입증책음을 환자측이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입증책임 전환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노홍인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입증책임 전환문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으나, 법안에 반드시 포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난동행위 금지조항 포함돼야"
심재철 의원의 법안은 이밖에 의료인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분만시 사고 또는 원인불명·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을 명문화 했다. 보상을 위한 기금은 국가와 보건의료기관개설자, 건강보험재정, 응급의료기금 등으로 마련토록 했다.

책임보험가입 강제화에 대해 의료계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소윤 연세의대 교수(의료법윤리학과)는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서 의료사고의 당사자인 의료인과 환자가 아닌, 제3자인 보험회사가 돈을 벌게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협 공제회를 활용하든지, 국가기금 등 공적기금에서 다루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특히 의료계는 법안에는 마련돼 있지 않은 의료인에 대한 폭력 및 의료기관내 난동행위 금지 조항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김향미 대한산부인과학회 법제위원회 간사는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환자측이 감정적으로 항의하게 되면 의료인이 정상적인 진료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진료방해 행위에 대한 금지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오늘 나온 의견을 토대로 다시 법안을 다듬고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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