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섦’
'섬'과 '낯설다'·'고립되다' 등 두 개의 의미를 합친 단어라고 한다.
송영규, 그의 4번째 전시의 화두다. 섦·방·somewhere·화분 등 네 가지 이야기를 담은 이번 전시는 이전 연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이자 형식을 보여준다.
이전 작품들이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모티브가 형성되어진 것에 반해 신작들은 정반대로 하얗다. 하얗다 못해 미처 다 그려지지 않은 듯하다.
송 화백은 "인물을 둘러싼 배경들 즉, 하얗게 휘발된 배경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작업 과정을 지켜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 '미완의 완성' 인 듯한 배경은 오히려 몇 겹이나 그리기를 반복하며 지워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 속에서 그의 주인공들이 유영하고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완성된 작품은 색감이 부드럽게 스며 녹아들어 가는 듯하다. 테마 중 하나인 '화분'을 보면 작가 특유의 섬세함이 더욱 돋보인다. 붓 자국 하나 없는 작품을 보고 사진인줄 착각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다분히 그래픽적이다"라는 질문에 작가는 "어떠한 것에 대한 구속이나 형식의 틀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느꼈다면 그뿐이고 다만 이전의 작업이나 지금의 작업 등 그 모든 것이 지극히 작품 각각 개별의 만족과 성취감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송 화백은 이번 테마에 대해 "그들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이들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확인하는 나와 타인에 관한 이야기"라며 "인간관계의 진경을 채록한 일련의 그림을 통해 나는 '타인'에게 한 인간이 대체 그 존재의 얼마만큼을 빚지고 있는 것인지 또는 그들에게 타인은 굴레인지? 축복인지? 혹은 그저 무미건조한 삶의 조건일 뿐인지? 등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관객이 이 전시 '섦'을 통해 자신의 방에 둥지를 틀고 있던 타인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마도 타인을 발견한 이는 그와 대화를 시도하거나 화해를 모색하거나 혹은 대치 아니면 짐짓 모른 체 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것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라고 한다. 결국 그림을 통해 던져진 물음표를 관객 스스로 알아서 마침표를 찍으라는 화가의 속내이다.
2년여에 걸쳐 준비된 젊은 작가 송영규가 던지는 '단절'과 '소통'에 대한 그 진지한 물음전…이번 전시는 26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노암'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