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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계약 방식 문제있다"

"수가계약 방식 문제있다"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9.04.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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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교수 "공단 재정운영위 중립적 소비자 참여" 제안
신영석 연구위원 "현행 계약구조 계속되면 소비자 피해"
건보공단 3일 '요양급여비용 계약의 조정과 중재' 집중토론

현행 저수가 정책을 개선하고, 수가고시제도로 전락한 수가계약제도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재정위)와 보건복지가족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조직과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주제발제를 맡은 이상돈 교수
이상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요양급여비용 계약의 조정과 중재'를 주제로 3일 오전 7시 30분 건보공단 지하강당에서 열린 조찬세미나에서 "저수가 구조가 계속되면 낮은 수준의 의료만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되고, 높은 수준의 의료를 원하는 시민들은 사적 의료비용을 들일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오히려 의료의 사회보장체제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요양급여비용계약의 조정과 중재'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는 하향적인 의료평등에 편향된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의식한 가운데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한 목적의 관점에서 저보험료-저급여-저수가 체제를 유지해 왔다"며 "공공의료체계의 운영은 행정관료에 독점돼서는 안되며, 행정관료(보험자)·의료공급자·의료소비자·전문가 사이의 토론과 협상에 의해 '대화적으로 형성되는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수가계약제는 저수가로 인한 사회보장성 침해의 악순환을 깨는 요양급여비용의 자율적 결정기제"라며 수가계약제도를 회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재정위와 건정심의 구성과 조직 및 운영방식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재정위에 참여하는 가입자는 의료이념에 중립적인 의료소비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구성하고, 공익대표는 정부·보험자·가입자·공급자 사이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중성화 하는 조정·중재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이들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이들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순수한 보통시민을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정심 공익대표의 경우 현행 4인에서 8인으로 늘려 캐스팅보드를 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건정심 공익대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보험자·가입자·공급자 등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자를 위촉하되 보건학자 외에 경제학자·경영학자·법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가계약 결렬될 경우 공익대표 중심의 중재위원회를 구성, 합의지향적인 분쟁해결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이 교수의 발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힌 뒤 "심의·의결기구인 재정운영위의 기능을 심의기구로 축소해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계약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요양급여비용 계약의 조정과 중재'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종합토론을 펼치고 있는 신현호 변호사, 이상돈 교수, 신영석 연구위원, 박상근 위원장(좌측부터).

반면,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연구실 연구위원은 "중립적인 차원이 아닌 지나치게 공급자 편향의 발제"라며 "현재의 수가를 저수가로 단정한 것은 근거없는 단언"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시민패널을 가입자 대표로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전문성에서 공급자에게 비교될 수 없으므로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신 위원은 현행 수가계약 구조에 대해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지 못하는 구조"라며 "재정운영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공단 이사장은 이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재정운영위는 가입자들의 대표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협의에 의해 모든 유형과 합의를 이루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공급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전무하다"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 위원은 "유형별 계약 방식 이전인 2002∼2007년까지 환산지수는 공단 제시안보다 평균 3.37원 높았고, 공급자 제시안보다는 평균 5.33원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으나 2008년과 2009년에는 공단 제시안(2.0%, 2.36%)보다 낮은 1.94%와 2.20%에서 의결됐다"며 "유형별 계약 방식 이후 재정운영위 의견이 100% 반영됐다는 사실은 수가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닌 결정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 현행 유형별 계약 방식에 구조에 문제가 내제돼 있음을 지적했다. 신 위원은 "이러한 구조가 계속된다면 수가는 결국 가입자의 의지에 의해 낮은 가격이 선호될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궁극적으로 자원분배가 왜곡되고, 소비자인 가입자의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신 위원은 수가계약 구조를 개편, 1차 수가협상 구조는 가입자대표(7인)·공급자대표(7인)·보험자대표(1인)이 참여하도록 설계해 보험자가 조정 중재자의 역할을 맡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협상 결렬로 인한 2차 협상은 가입자대표(3인)·공급자대표(3인)·공익대표(3인)이 협상을 하도록 하고, 건정심 공익위원(정부·보험자 제외)이 조정 중재를 할 수 있도록 수가계약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현호 법무법인 해울 변호사는 저수가 논란과 관련, "현재의 수가는 적정 내지 고수가라고 생각한다"며 "저수가 문제보다는 상대가치점수 왜곡에 따른 상대적 불평등과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내부적인 평가를 통해 마이너과의 수가를 깍아 신경외과를 비롯해 위험한 진료를 하는 과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행 수가계약 대신 정부기관에 수가고시결정위원회를 구성, 매년 물가상승률과 수진율 등을 고려해 수가를 결정하는 총액계약제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변호사는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일률적 규제를 완화해 유사의료행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의무사관학교·지방자치의대·건보공단 의대 등을 신설해 공공의료인력을 대량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적인 추세인 OTC 슈퍼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우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
이날 세미나를 마련한 정우진 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은 세미나를 종합정리하면서 "건보공단은 사실 가입자에게 편향돼 있는 구조"라며 "공단이 가입자·소비자·의료제공자 등의 의견을 아우르는 공익대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다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원장은 "건정심 공익대표를 구성할 때 재척·기피·회피를 통해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 교수의 발제에 동의한다"며 "사회보험구조를 변혁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수가를 낮다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의료공급자들도 경영투명화를 비롯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함께 인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며 "보험료 인상없는 보장성 강화는 말장난"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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