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7:34 (목)
색소폰 선율…소름 돋는 감동

색소폰 선율…소름 돋는 감동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9.04.03 09:4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영재(서울 강남·테크필피부과 원장)

"악기를 들고 무대에 서기 까지는 고되고 힘든 연습과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월리엄텔 서곡'이나 '운명' 같은 음악을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며 동시에 그 감미로운 선율이 귓가에 감돌 때는 소름이 끼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좋아하던 배영재 원장(서울 강남·테크필피부과)은 20년전쯤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권유로 듣는 데서 나아가 악기와 만나게 됐다.

처음엔 클라리넷으로 시작했지만, 곧 색소폰으로 악기를 바꿨고 색소폰에 푹 빠진 배 원장은 이제는 '젤로소윈드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또 '양재뮤즈클럽'의 일원으로, 본업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어 젤로소(zeloso)는 '열심히 또는 열정적으로 연주하라'는 악보 용어다.

 
"색소폰을 손에 잡고 1년쯤 지나면 그야말로 시도 때도 없이 연주하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악기에서 소리가 나고 그 소리가 음악이 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자랑하고 싶어지는 거죠. 그러나 3년쯤 지나면 연주하고 싶지 않아 집니다. 부족함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부끄러워 지고, 박수도 인사치레로만 느껴져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집니다."

이 고비를 넘긴 배 원장은 학원의 소개로 소규모 앙상블에 참여해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하며 비로소 소름이 끼치는, '천상의 소리'를 들었다. 1993년 모 백화점 문화센터 강당에서 처음 무대에 선 배 원장은 비록 어설프기는 했지만 '첫 무대'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1995년 젤로소앙상블오케스트라에 입단해 80여차례의 연주회에 참여하며, 색소폰을 마음껏 불었습니다. 그러다 2002년 부터는 사진에 빠져서 카메라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녔죠. 사진 때문에 색소폰을 놓았다가 다시 잡은 지 3년쯤 됩니다."

사진에도 자질이 있었던지 배 원장의 작품은 4년여 동안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 회보의 표지를 장식했으며, 이 회보는 다른 과 개원의협의회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배 원장은 3년전 색소폰을 다시 잡으며 '양재뮤즈클럽'에 들어갔다. 배 원장의 연주를 직접 들으려면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에서 10시 사이에 양재천 영동3교 다리밑으로 가면된다.

"색소폰과 트럼펫 등 고정 연주자 7~8명과 음향·조명·영상 등 스탭이 모두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모여, 매주 금요일 밤 다리밑에서 연주를 합니다.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양재천에 나온 시민들이 자연스레 모여 음악을 즐기는데, 세시간여 동안 자리를 뜨기도 하고 그 자리를 다른 시민이 다시 채우고 그러다 보면 하루에 1000명 이상이 우리의 음악을 듣는 셈이죠."

 
젤로소에서는 오케스트라아의 일원으로 연주하지만, 양재천에서는 주로 색소폰 독주로 연주해 '솔로'의 맛을 느낀다는 배 원장에 대한 시민들의 박수는 다른 연주자에게 미안할 정도로 소리가 크다. 하루에 6곡 정도를 연주하는 배 원장의 레파토리는 클래식·재즈·가요 등 모든 장르에 걸쳐 150여곡에 달한다.

"색소폰의 매력은 입을 사용하고 사람몸에 가장 밀착시켜 연주하기 때문에 감정의 표현이 쉽고, 또 그만큼 사람의 목소리에 가깝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매력은 양다리를 걸칠 수 있다는 것이죠. 클래식이든 재즈든 가요든 어떤 장르에도 어울리는 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클라리넷이나 바이올린 등 다른 악기들은 비교적 정확한 음을 구사해야 하지만, 색소폰은 연주자 나름대로 주법을 변형시켜야 제 맛이 나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악기라는 배 원장은 음악을 즐기고 싶었지만 공부하기 바빠 시간이 없었던 의사들에게 색소폰을 권했다.

스스로의 감정을 실어보내려면 색소폰 만한 악기가 없다는 말과 함께…

 

'좋은 소리'에 대한 배 원장의 생각
 

연주자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악기와 함께 악기의 소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좋은 악기에 대한 관심과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울림이 좋은 악기로 연주하는 연주자는 그 소리의 매력에 빠지고 연습이 즐거워지고 연주가 좋아지게 된다. 연주자의 몸에 붙어 소리를 내는 만큼 악기가 몸의 일부가 돼 연주에 빠져들게 된다.

'좋은 소리'가 어떤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결국 관객이 좋아하는 소리가 좋은 소리가 아닌가 싶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