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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회 "119 구조·구급법 폐기해야"
응급의학회 "119 구조·구급법 폐기해야"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03.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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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거부하면 의료기관 처벌' 위헌 소지..."의료체계 무너뜨리는 소방 특혜법" 비난

일선 의료기관이 119구급대로부터 시설과 인력 지원을 요청받은 경우 반드시 따르도록 강제화하는 법 추진에 대해 응급의학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회(이사장 황성오·연세대원주의대)는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이 대표발의 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제출했다고 3일 밝혔다.

정 의원이 지난달 16일 발의한 법률안은 119 구조·구급대의 편성과 운영 등에 대한 제반 사항을 담은 것으로서, 기존 소방기본법과 '구조대 및 구급대의 편성·운영등에 관한 규칙'(행정자치부령)의 내용을 상당 부분 옮겨 놓은 것이다.

문제는 기존 조항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구급·구조대의 권한을 대폭 확대,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격상시켰다는 점이다.

응급의학회가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법률안 제19조 '구조와 구급활동을 위한 지원요청' 조항으로서 소방방재청장이 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할 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경우, 관할 구역안의 의료기관에게 구조·구급에 필요한 인력 및 장비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특히 요청 받은 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반드시 따르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응급의학회는 "구조와 구급은 '의료'라는 전문적인 영역에 속한다"면서 "법률안은 비전문가인 소방에게 의료영역을 관장·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재난·대량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 의료기관의 지원을 강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119구조·구급대가 행하는 상시적인 업무에까지 의료기관의 인적·물적 자원을 강제적으로 지원 요청한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월권행위"라고 강조했다.

소방방재청장이 구조·구급기본계획을 수립·시행토록 규정한 법률안 제6조 역시 응급의학회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가족부장관 또는 시·도지사 보다 책임과 권한이 미약한 소방방재청이 국가의 구조·구급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의료에 대한 개념 없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구조·구급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밖에 구조와 구급활동을 위해 다른 사람의 토지·건물 등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한 조항(제14조) 역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응급의학회는 "정 의원은 우리나라 119구조·구급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법률 제안 이유를 밝히고 있으나, 서비스의 질이 낮은 이유는 법률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에 의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률안은 의료질서를 파괴하고 소방의 권한만을 강화하는 '소방 특혜법'으로서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학회가 이같이 반발하자 정갑윤 의원측은 "오해가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일선 구조·구급 현장의 대응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구조·구급대의 역할을 강화했을 뿐이지 의료기관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신설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의료계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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