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강한 의협' 씨앗
`강한 의협' 씨앗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1.08.02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회장 직선제 시행 정관개정안 마침내 통과

다수 회원의 간절한 바램인 회장 직선제 시행을 위한 `정관개정안'이 28일 임시총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의료계가 다시 하나로 화합할 수 있는 전기를 찾게 됐다. 작년 10월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불이 붙은 의협개혁 작업이 약 9개월간의 산통 끝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가칭 `의협개혁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실시한 설문조사는 총 1만2,478명의 회원이 참여, 응답자의 95% 이상이 “의협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설문조사에는 개원의(5,427명), 전공의(4,667명), 병원의사(984명), 교수(780명), 전임의(413명) 등 각 직역별 회원이 골고루 참여한 가운데 의협 개혁의 핵심과제로 ▲의협회장 직선제(56%) ▲의사단체의 정치력 확대(46%) 등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이같은 여론을 반영하여 의협 집행부는 2001년 새해를 맞아 “의협개혁을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각오로 서울의대 조한익 교수를 위원장으로 각 직역 대표가 참여하는 의협개혁추진위원회를 가동시켰다.
이와함께 2000년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 결의사항인 정관개정특별위원회도 대의원 10명, 상임이사 5명으로 구성, 구체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의개추위는 1월 12일 1차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3월 2일 5차 전체회의까지 약 석달간 쉴새없는 회의를 거듭하면서, 의협 개혁호를 출항시키기 위해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였다.

조직민주화, 윤리강화, 정책 및 재정강화분과소위원회 등 모두 3개 소위원회로 나누어 활동한 의개추위는 강하고 민주적인 의협 건설이라는 거시목표를 향해 이에 걸맞는 정관개정안을 마련해 나갔다.

의개추위는 논쟁의 논쟁을 거듭하면서 회장 직선제를 포함한 의협의 조직 개편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재정 확충방안,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의사상을 정립하기 위한 윤리위원회의 위상강화 방안을 개혁안에 담았다.

각 직역 대표들이 정성을 쏟아 만든 이 개혁안이 대의원총회에 상정되려면, 의협 정관개정특별위원회와 상임이사회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정개특위는 의개추위가 만든 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모순이 되는 자구만 손질을 가하는 선에서 작업을 마쳤다. 의협 상임이사회 역시 의개추위와 정개특위가 검토한 안을 그대로 존중했다.

그러나 3월 31일 개혁안에 대한 회원 의견수렴을 위해 열린 `의협 정관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각 직역별 의견이 대립되는 등 난관에 빠졌다. 전국 시·도의사회장의 당연직 이사 선임 문제와 대의원 수 배정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이 대두된 것이다.

물론 예상됐던 일이지만, 정기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열린 법·정관 토의분과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논쟁을 빚었으며, 가장 민감한 사안인 회장 선출 시기와 임기를 정하는 `부칙' 조항에 대해서는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총회 당일 논의하기로 결론을 맺었다.

이런 부담이 총회로 이어지면서 결국 53차 정기총회에 상정된 정관개정안은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족수 미달로 무산, 의료계내의 갈등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위기 의식이 확산되면서 한달도 안돼 정관개정이 다시 시도됐지만, 1표 차이로 개정작업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로인해 의료계는 사상 유례 없는 극심한 내홍으로 치달았으며 김재정 의협 회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전격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수가를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정부의 부당한 고시와 의사를 `통제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각종 악법이 논의되는 비상시국에서 의협은 잔여임기를 끌고 갈 회장 보궐선거를 위한 임총을 소집했지만, 직선제 시행에 대한 많은 회원의 열망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차례나 정관개정이 무산되면서 회원들 사이에 불신과 반목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회장 직선제를 향한 기류는 급속히 형성됐다. 그동안 직선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온 일부 대의원들도 “다른 방법이 없다”며 정관개정에 합류하는 양상도 보였다.

회원의 분열을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인 `판도라 상자'를 다루듯 그동안 쟁점이 된 정관개정 부분은 제외한 채 회장 직선제와 관련된 조항만 다루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해서 정관 제11조(임원선거)와 제13조(임원보선)만 따로 분리해서 논의했지만, 이에 대한 이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28일 열린 임총은 투표 인원 198명 중 찬성 136 대 반대 62표로 박빙을 이루면서, “정관개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정관개정으로 앞으로 의협 회장은 회원의 직접·비밀·평등·보통선거로 선출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됐다. 단, 회장 보궐 선거의 경우 잔여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어야만 직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로써 의협은 앞으로 선거관리규정을 마련, 2003년 4월말까지 의협 회무를 맡을 새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의협개혁추진위원회와 정관개정특별위원회, 그리고 의협 상임이사회 등에서 그동안 개괄적으로 논의됐지만, 선거준비 기간은 적어도 두달 정도는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보다 일정이 더 짧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선거인 명부 작성을 비롯해 선거공고, 후보 등록, 선거운동기간 등을 감안하면 빠르면 10월초쯤 투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개정된 정관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유효한데, 이번 임총을 개최하기 전에 의협에서 파악해 본 결과 `정부 승인'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회장직선을 위한 정관개정이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남은 과제는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선거관리규정에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비롯, 선거인명부에 관한 사항, 후보자, 선거운동, 투표, 개표, 당선에 관한 규정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이는 선거권에 대해서는 현행 정관에 따라 `최근 5년간 회원의 의무를 다한자'에 한해서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또한 투표 방법에 대해서도 투표소를 통한 직접 투표와 정확성을 기하는 `우편투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앞으로 이에 대한 의견 집약이 명확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 방법에 따라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에 대한 논란과 관심은 크게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회원 대화합을 위해 정관개정이라는 커다란 산을 넘긴 했지만, 회장 선출까지 풀어야 할 과제는 많이 남아 있다.
 
`직선제'라는 큰 의미를 고려할 때, 많은 회원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의협이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회비를 완납한 회원은 전체 회원의 52.7%에 불과하다.

앞으로 기회는 주어지겠지만 회장 직선제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마당에 흩어졌던 마음들을 한데 모아 서로 존경하고 아껴줄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