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농사와 근육통(상)
농사와 근육통(상)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12.17 10:3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밀레 작 '이삭 줍기' 1857, 파리, 오르세 미술관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cois Millet 1814-1875)는 농민 화가로 유명하다. 그는 땅은 정직하고 노동은 신성하며 존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따라서 땅과 노동을 삶의 원천으로 삼는 농민은 그만큼 정직하고 존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가 농민과 농촌 그림을 그리게 된 근본 취지였다.

그는 시대와 시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이미지로 농민상을 그렸다.그의 말 가운데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농민들의 삶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이를 잘 나타내 준다.

그는 빈촌인 바르비종으로 이주(1849)해서 죽는 날(1875)까지 그곳에 머물며 자기만의 농민 상을 본격적으로 그리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하는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수많은 농민 그림들 가운데에서도 '이삭줍기' 와 '괭이를 든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의 주인공들이 취한 자세에서 농사일은 고되다는 것과 그러한 자세로 장시간 일하면 허리의 통증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특히 '괭이를 든 사람'은 이미 통증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해 아픔을 극복하려는 듯하다. 그래서 이 두 그림과 허리앓이를 결부시켜 그림에 나타나는 추미의 병리를 살펴보기로 한다.

밀레가 그린 '이삭줍기'(1857)는 가난하고 힘든 현실 속에서의 노동을 성스럽고 평화로운 침묵으로 승화시켰다. 그림 속의 세 여인은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이삭을 줍고 있다. 배경에 보이는 커다란 추수단을 쌓는 사람들과 비하면 이들은 이 동네에서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당시는 이삭도 마음대로 주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삭을 줍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인들은 그나마 감사해서 머리가 땅에 달세라 숙이고 허리를 구부리고 있다.

그러나 여인들은 어렵고 힘겨운 삶을 살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조금도 잃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그들의 삶이 스스로의 노동으로 떳떳하게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며 어떤 노동이든 노동은 인간을 존엄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전하기도 한다.

사람이 노동하기 때문에 천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기 때문에 천박해지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잃게 된다는 의미를 시사하기도 한다.

의사의 눈으로 밀레의 '이삭줍기'를 보고 있노라면 허리 굽힌 여인네들이 몹시 신경이 쓰인다. 이런 자세로의 일이 장시간 계속되고 반복되면 허리에 통증이 생기고 그것이 허리앓이 즉 허리의 근통증(筋痛症, myalgia)이 되기 때문이다

'이삭줍기'에서 허리를 완전히 굽힌 두 여인이 취한 자세와 같은 자세로 장시간 일하면 허리가 아파오며 일어서려 할 때 허리를 펼 수 없게 되고 걸음을 걸을 때도 허리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즉 과격한 운동이나 몸에 무리한 자세로의 일을 오랫동안 무리하게 하는 경우에 근육의 통증이 생기게 된다.

초기에는 휴식으로 회복되나 오랫동안 지속되면 고질병이 된다.

고려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