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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손의 관절염과 그림의 변화(하)
화가 손의 관절염과 그림의 변화(하)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12.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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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에게 불행이 닥쳤는데 그 첫 번째는1880년 그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쓰러져 오른쪽 팔에 골절상을 입은 것이다. 그래서 그림을 왼손으로 그리게 되었다. 1881년에는 폐렴에 걸려 상당기간 요양을 했다. 1888년부터는 손과 발에 가벼운 장애가 생겼고 1894년에는 류머티스성 관절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게 되었다. 

▲ 르누아르 작 :'목욕하는 여인들' 1918-1919 파리 오르세미술관
1897년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쓰러지면서 오른쪽 팔에 골절을 다시 입게 되었으며 다음해부터는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악화로 심한 고통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겨울 한철은 남프랑스의 따스한 해안가에서 휴양하게 된다. 1907년에는 남 프랑스의 카뉴 교외에 넓은 땅을 사들이고 그곳에 아름다운 저택을 지어 그 이름을 '루 고렛트'라고 하였으며 그가 생을 마칠 때까지 살았다.

나이가 들수록 르누아르의 그림은 장밋빛이 더해갔으나 몸의 병은 점점 더 심해져 1909년부터는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되었고 1912년부터는 수족마저 쓸 수 없게되어 휠체어를 타는 신세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림을 그리는 집념을 버리지 않아 붓을 손에다 끈으로 매고는 그림을 계속 그렸다.

1915년에는 부인이 사망하자 슬픈 나머지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사람은 그리지 않고 장미·아네모네·과일 등의 정물을 그렸으며 조각에도 손을 대었는데 젊은 조각가 두 사람을 조수로 써서 그가 주도하고 지시하는 대로 조각해 작품을 만들게 하였다.

마당에는 유리로 된 아틀리에를 만들고 그림을 그렸는데 매일 휠체어를 타고 이곳에 나오면 언제나 흰색 야외 모자를 쓰고 휠체어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모델 겸 가정부로 있던 가브리엘이 마치 나사못처럼 구부러진 그의 손가락 사이에 붓을 넣고는 끈으로 동여매주면 그림을 그렸다.

말년의 르누아르의 손을 주목해 보면 손가락의 마디마디가 염주알 처럼 굵어지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마치 오리의 목처럼 휘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변형을 임상에서는 오리목(duck neck) 변형이라고 한다. 또 그의 왼손의 손가락처럼 중수지관절이 굴곡되고 단축된 것을 크루켄베르크(Kurukenberg) 변형이라 하는데 이러한 변형이 르누아르에게도 일어났다.

이렇게 변형된 손가락으로 그린 것이 '목욕하는 여인들'이다. 제목은 지난 호에 게재된 그림과 같으나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먼저 그림의 여인들은 그가 주장하였듯이 아름답고 애교가 있어 보이며 즐겁게 볼 수 있는데 이번 그림의 여인들은 뚱뚱하고 복벽의 지방이 고여서 굵은 주름이 잡힐 정도로 징그럽게 비만인 여인이며 빛깔도 붉은 색이 강해 마치 황혼의 노을빛을 받고 있는 듯이 보인다.

평론가들은 그가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의 예술과 접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그보다는 자기 몸의 병, 특히 손가락 변형으로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운 신체 상태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작품을 감상할 때 자기의 의견보다 다른 이의 의견을 따르기 쉬운데 그것은 권위에 약하고 상식에 얽매이고 주위에서 고립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런 경향에 흐르지 않으려고 용기를 내 보았다.

고려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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