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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1년-3.불법 진료 근절 가능한가

[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1년-3.불법 진료 근절 가능한가

  • 김병덕기자 kduck@kma.org
  • 승인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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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부터 의약분업을 내용으로 개정된 약사법의 시행이후 1년여 동안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전국의 의사들은 개정약사법의 부당성 및 문제점을 계속하여 지적하고 그 시행에 반대하여 왔었다. 그러나 의약분업정책 시행이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하여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이 빨간불이 켜지는 파탄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이러한 보험재정파탄의 주 원인이 의사들이 부당 혹은 불법 의료보험청구를 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의약분업시행을 반대했던 의사집단이 오히려 전국민으로부터 건강보험재정을 좀먹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작금의 현실은 오직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업으로 알고 성실하게 일하는 수많은 선량한 의사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직업적 자긍심을 상실하게 하는 뼈아픈 상황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원인에 대한 공방이 옳든 그르던 간에 지금 현재의 여러 상황은 의약분업 정책의 준비부족과 그 미비점에 대한 의사들의 지적이 결과적으로 옳았음을 반증하여 주는 것으로 정부가 조금 더 전향적인 자세로 의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새삼스럽게 남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의약분업정책 시행전 의사들이 문제로 삼았던 개정약사법의 여러 가지 쟁점 중 가장 주이슈로 제기한 약사들의 임의조제 및 대체조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의약분업정책실시이후에 약사들의 이러한 불법의료행위는 어떻게 규율되고 있는지, 또 그 보완의 가능성에 대해 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가. 임의조제의 정의
임의조제는 법적 용어가 아닌 의료계의 용어로 협의로는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전없이 약사가 행하는 조제(약사법상 불법조제)를 의미하나 광의의 의미로는 약사의 진단적 의료행위가 개입되어 환자에게 조제 혹은 판매되는 경우의 행위(의료법상 불법행위)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나. 약사법상의 임의조제에 관한 규정의 변화

(1) 협의의 임의조제의 원칙적 금지
의약분업정책의 시행전인 개정전 약사법 제21조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의 범위 안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의사의 진찰 및 처방전이 없는 약사의 임의조제를 허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된 약사법은 제21조에서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개정약사법에 의한 의약분업제도는 의사의 처방전 없는 약사의 협의의 임의조제(약사법상 불법조제)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개정약사법이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주된 수단으로서, 국민의 의약품 구입에 대하여 의사와 약사의 엄격한 직능분리를 통한 2중의 통제장치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환자의 병상에 대한 진단·처방은 의사가 하고, 그에 따른 의약품의 조제는 약사가 한 후라야만, 국민의 의약품 구입이 가능하도록 의약품의 구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2) 광의의 임의조제 ― 혼합판매의 문제
2000년 7월 개정 약사법 제41조에 의하면 전문의약품은 판매가 금지되었으나 일반의약품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판매가 허용되고 있었다. 즉 약사가 의사의 처방전없이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중 `직접의 용기 또는 직접의 포장 상태로 한가지 이상 판매하는 경우'에 의한 제39조 단서 제2호상의 소량개봉판매의 허용은 의사의 처방전에 의한 약사의 조제에 의한 투약행위 원칙의 의약분업 본래의 취지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었다.

당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의하면 동조항 상의 `직접의 용기 또는 포장'이라 함은 PTP/Foil포장을 가리키는 것이며, 이러한 직접의 용기 또는 포장 상태의 일반의약품을 한가지 이상 판매, 즉 혼합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의사의 처방없이도 약사의 진단적 판단에 의한 조제를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 된다. 결국, 개정약사법 제39조 단서 제2호에 의한 일반의약품의 소량개봉(혼합)판매의 허용은 사실상 임의조제의 탈법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은 높고 의료행위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법의 규정과는 상충하는 규정으로 그에 대한 개선안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이러한 일반의약품 개봉판매규정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2000년 7월 13일 보건복지부는 약사법 재개정과 관련한 정부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약사의 임의조제 금지방안과 관련하여서는 혼합판매를 허용하여 실질적인 임의조제를 가능하게 하였던 법 제39조 단서 제2호를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다. 검토
개정약사법은 조제에 있어서 원칙상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의하게 하고 위반시 벌칙규정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처방전 없는 불법 임의조제에 대하여는 법적으로는 비교적 엄격히 규율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작은 질병에 대해서는 병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약국으로 직행하는 기존의 약국이용관행에 비추어 이에 대한 약사들의 경미한 진단적 의료행위 문제는 국민들의 이러한 관행이 멈추지 않는 이상 아직도 근절되기는 사실상 어려운 문제라고 보인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적어도 약사법상으로는 약사들의 임의조제의 가능성은 거의 봉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 대체조제의 의의
대체조제란 의사의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 등 약효의 동등성을 지닌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

나. 2000. 8. 5. 개정 약사법(현행약사법)의 대체조제 관련규정
현행약사법에 의하면 의사 및 치과의사와 약사 상호간의 협력으로 지역의약협력위원회에서 상용처방의약품목록을 정하고, 지역내 의사 및 치과의사는 원칙적으로 상용처방의약품목록의 범위안에서 처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특별한 소견의 기재없이 상용처방의약품목록의 의약품을 처방한 경우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동의없이 대체조제할 수 없다.

또한 약사가 의약품을 대체조제하는 때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기재한 의약품과 그 성분함량 및 제형이 동일한 의약품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약효동등성을 인정한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여야 하고, 그 처방전을 소지한 환자에게 대체조제한 내용을 알려야 하며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에게 대체조제한 내용을 통보하여야 한다.

다. 대체조제 관련 규정의 문제점
의사가 처방을 하는 과정은 환자의 질병에 대한 진단, 진단에 의해 밝혀진 질병에 대한 치료계획의 일환으로서의 투약을 위한 처방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의사가 이러한 투약을 할 약을 정함에 있어서는, 즉 처방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임상적 진찰에 의해 파악한 환자의 특이체질 및 약품에 대한 감수성, 알레르기 등의 환자 특유의 요소도 고려된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치료의 효과를 얻고 특이체질 등에 의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의학적 견지에서 반드시 특정한 약을 투여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의사는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이러한 약품의 대체조제를 금지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약사가 대체조제를 하는 것은 의사의 환자에 대한 임상적 관찰과 의학적 판단에 의한 진단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약리적인 관점에서 대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의사의 처방에 기한 약품의 대체조제를 위해서는 약리적 측면외에 전술한 많은 의학적 요소를 감안해야만 할 것이므로 대체조제에 의사의 사전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환자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행 약사법에 의하면 여전히 의사의 사전동의 없는 대체조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고 대체조제의 전제가 되는 약효동등성 문제도 생물학적 동등성이 아닌 비교용출법 등으로도 여전히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현행약사법에 의하면 약사가 환자에게 대체조제 한후 그 대체조제한 내용을 알리기만 하면 되므로 약사가 대체조제한 후에 그 내용을 환자에게 사후통보하더라도 무방하게 되어 약사가 자신의 약국에 처방된 약품이 없다는 이유로 의사가 처방한 약을 다른 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더라도 환자가 미리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봉쇄되었다.

대체조제를 하기 위해서는 단지 약효동등성이라는 약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의료행위인 진단과 환자의 특이체질, 약제에의 감수성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의사의 판단이 개입하지 않고 약사가 마음대로 대체조제할 수 있는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어야 할 것이나 재개정안은 여전히 약사의 대체조제를 사실상 광범위하게 허용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현행 약사법에 의하면 의사의 처방전 없는 약사의 임의조제에 대하여는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조제에 관한 규정은 아직도 의사의 진단적 판단의 존중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규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여 국민의 생명, 건강증진을 우선한다는 의약분업의 근본취지에 맞는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불편, 부담 가중을 이유로 한 대체조제제도의 비원칙적 수정이 아니라 원칙에 바탕을 둔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사전에 대체조제 불가의 의사표시를 기재한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를 할 수 없게 하여야 하거나(현행 약사법은 단지 약사가 의사의 처방전의 소견을 존중하여 조제한다라는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이다.) 혹은 대체조제에 사전동의 등의 의사의 의료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를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약효동등성의 확보방안은 국민의 건강에 직결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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