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손의 관절염과 그림의 변화(상)
화가 손의 관절염과 그림의 변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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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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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누아르 작 : '목욕하는 여인들' 1884-87,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흰 수염이 더부룩하고 무섭게 깡마른 한 노화백이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앉아 있으면 마당에 특별히 설계해서 만든 유리로 된 아틀리에 운반된다. 이 노화백은 걷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손가락의 마디마디가 염주알 처럼 굵어지고 굳어져 손가락을 마음대로 쓰지 못해 붓을 잡을 수가 없다.

화가가 붓을 잡을 수 없다면 화가로서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노화백은 굳어진 손가락 사이에 붓을 넣게 하고는 끈으로 이를 묶어 그림을 그렸다.

육체는 비록 병들어 망가졌지만 예술가로서의 혼은 살아 가엾은 육체를 위로하고 달래어 창작의 세계로 옮겨가 작품을 만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했다. 이것은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가 만년에 병마와 싸우면서도 작품 활동에 골몰했던 무렵의 이야기이다.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몸에 일어났던 병변을 그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림들이 있어 이것들을 비교하면서 그의 투병 혼을 살려 본다.

1860년대 파리의 미술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즉 이때까지는 화가들이 자기의 후원자로부터 생활비를 받고 그 대가로 주문하는 주제와 형식에 따라 그림을 그려 오던 것을 박차고 자기가 원하는 주제를 자기 나름대로의 형식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들 화가를 이른바 인상파(impressionism)화가라 했으며 그들은 현실의 빛 속에 있는 물체는 종래에 믿어왔던 것과 같은 특징의 색과 형태가 아닌 광선과 대기(大氣)의 상황에 따라 변화된다는 것을 중요시하여 색채를 빛의 움직임에 따라 새롭게 재인식하고 이를 묘사했던 것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물체가 지니고있는 본래의 빛깔을 부정하는 한편 색의 순도를 유지하기 위해 팔레트(palette)위에서 혼색하는 것을 피하고 순색을 그대로 사용하고 모든 사람의 시각에 의해서 혼합되는 방법을 시도했다.

인상파에 속하는 여러 유명한 화가가 있으나 여기서는 손가락의 병마에 시달리면서 붓을 놓지 않은 인상파의 대표격인 르누아르 (Auguste Renoir 1841-1919)의 그림과 그의 병, 류머티성 관절염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르누아르는 약간 살이 오른 여인들의 몸과 고운 얼굴에서 행복감을 찾았고, 다정다감한 여인들의 눈웃음과 드레스에 가리운 풍만한 육체, 윤기 나는 금발 머리와 뽀얗고 흰 살결을 묘사하는데 있어 어느 인상파 화가보다 뛰어났다.

그가 1884년에서 87년에 걸쳐 그린 '목욕하는 여인들'에는 나체의 여인들이 마치 가위로 오려낸듯한 뚜렷한 윤곽선이 배후의 정경들과 구별되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릴 무렵 그는 "그림은 애교가 있어 보면 즐겁고 아름다워 손으로 만지고 애무하고 싶은 육체를 그려야 해요. 인생은 귀찮은 일이 너무 많아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벌써 그의 몸에는 류마티성 병변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몸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그림을 그리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고려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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