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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
"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8.11.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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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현(부산·손외과의원원장)

2001년까지 비만과 고혈압 때문에 몸과 마음이 불편했다. 사는게 별로 재미없고 의욕도 많이 상실돼 가고 있었다.

그러나 더이상 이렇게 사는 것보다는 뭔가 다른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달리기였다. 처음에는 동네주변을 달렸고, 차츰 달리기에 재미를 붙이면서 2001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대회에서 10km를 완주했다.

그 다음해에 열린 대회에서는 42.195km 풀코스를 처음으로 완주했다. 손우현 원장(부산·손외과의원)의 마라톤 인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일반인들은 풀코스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힘든데 손 원장은 풀코스에도 성이차지 않았는지 울트라 마라톤대회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낮과 밤 구분 없이 며칠을 달려야 하는 울트라 마라톤대회. 체력은 바닥나고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는 것을 이겨내야 한다. 달리면서 "왜 내가 이 짓을 하는거지?"라며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지지만 대답은 "달려야 한다"는 것. 어느새 한걸음 한걸음 내디딘 발은 결승점에 가까워져 있다.

그동안 풀코스 24회. 100km이상 울트라 마라톤대회 17회 완주.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달리기를 좀 한다는 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랜드슬램(한반도 횡단 1회·종단 2회)을 31번째로 달성했다.

8년동안 앞만보고 달려왔던 손 원장. 그에게 있어서 마라톤은 어떤 의미일까.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그는 당당하게 말한다.

'달리기'는 '중독'이다
"울트라 마라톤대회를 도전하게 된 이유는, 10km를 완주한 뒤 생긴 욕심 때문이었어요. 완주할 때마다 새로운 목표를 정하게 된 것이 한반도 횡단과 종단까지 이어진거죠."

울트라 마라톤대회는 최소한 3개월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그 3개월동안 뛰면서 체력도 길러야 하고, 실전에 적응할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대학생활 때 산악부를 하면서 엉덩관절까지 다쳤던 그에게는 달리기는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라톤을 하면서 관절이 많이 좋아졌다.

"한반도 횡단을 처음 할 때 3개월전부터 준비를 했는데 1개월 동안 달렸던 거리가 무려 400~450km정도 되더라구요." "2004년 9월 26~28일까지 한반도 횡단을 했어요. 강화도에서 경포대까지 311km 거리였는데 며칠동안 정말 고생 많이 했지요." "156명 참가자 중 121명만 완주했어요."

손 원장은 한반도 횡단이 끝나고 2005년 7월 10~16일까지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622km 한반도 종단에 도전했다. 이때는 93명이 도전해 43명만이 완주에 성공했다. 횡단과 종단을 한 번씩 끝낸 손 원장은 마지막 과제로 그랜드슬램(횡단 1회, 종단 2회)을 목표로 정했다.

그가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복용해 오던 혈압약을 2006년 1월부터 끊게 됐기 때문이다. 혈압이 완치된 것이다. 비만과 고혈압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제대로 효과를 본 셈이다. 더이상 무서울 게(?) 없어진 손 원장은 2006년 7월 15~20일까지 부산 태종대에서 임진각까지 547km를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31번째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보인다
울트라 마라톤을 하다보면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는 것은 기본. 게다가 수면부족으로 인한 데자뷰현상, 고관절 통증, 더위와의 전쟁, 소화불량 등에 시달리게 된다.

이중 가장 무서운 것은 물집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2차감염으로 염증이 생겨 뛰지 못하는 경우이다. 한반도종단의 경우 7월 장마철에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빗물에 의한 감염이 가장 무섭다. 발바닥이 붓고 염증으로 인한 통증이 심해 결국에는 달리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단다.

그다음이 데자뷰현상으로 처음 달리는 길이 예전에 왔던 것처럼 생생한데,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집중이 되질 않는다. 게다가 잠깐 졸기라도 하면 방향감각이 없어져서 달려왔던 길을 거꾸로 뛰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인간의 한계가 바닥을 보이는 절망적인 순간을 이겨내고 달리다보면 어느덧 100km, 200km…결승점에 다다른다. 그 순간 만큼은 가장 행복하다. 또한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00km 구간을 24시간 이내에, 50km구간을 12시간 이내에 통과해야 해요. 말이 24시간이지 정말 힘듭니다. 달리면서 4~5끼정도를 먹어야 하고 식사가 나오는 시간동안 30분정도 잠깐씩 잠을 자는데 이 모든 것을 혼자해야 해요."

며칠을 쉴새없이 달려야 하기 때문에 작은 배낭안에는 구급약, 옷, 비닐봉지에 꼭꼭 숨겨놓은 현금 20만원이 전부다. 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것이기도 하다.

"대회 규정상 밥은 본인이 직접 사먹어야 해요. 잠은 찜질방 등 여관에서 자면 안되고 식당에서 밥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는 동안 잠깐만 잘 수 있어요.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버스정류장에서 잠깐식 수면을 취하기도 합니다."

손 원장은 두 번째 한반도 종단(622km)을 할 때 6박 7일동안 10시간 20분만 잠을 잤다.

철저하게 자신과 싸워 이겨야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손 원장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대에 완주하는 것이다. 3시간대면 선수급에 해당한다. 마라톤동호회 10만명 중 1%대에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57년생(52세)인 그에게 해마다 새로운 도전과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은 욕심내지 않고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정해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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