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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우슈 9단 '입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국내 유일의 우슈 9단 '입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8.11.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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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원장(전주·이동호내과의원)

▲ 이동호 원장이 전주시 의사들에게 태극권을 가르치고 있다.

이동호 원장이 앞서 걸었다. 정장을 입은 그의 손에는 붉은 꽃술이 달린 부채가 쥐어져 있었다. 걸음을 뗄 때마다 꽃술이 살랑살랑 앞뒤로 흔들렸다. 정장과 양반부채가 묘하게 어울렸다.

일흔하나라는 나이가 무색한 이 원장의 단단한 체구가 무술인생 40년을 증명하고 있었다.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듯 가볍고 빨랐다.

가방을 메고 쫓아가는 기자의 입에서 '헉헉' 소리가 났다. 우마셔먼이 물지개를 지고 쿵푸 스승 '메이파이'를 비틀대며 쫓아가던 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다.

"전주에 왔으면 전주비빔밥을 먹어야 해." 이 원장이 데려간 곳은 전주비빔밥의 원조. 채식주의자인 그는 산채와 콩나물·청경채를 넣고 고추장 한숟갈로 비빔밥을 완성했다.

최근 증축한 병원 2층은 왠만한 도서관을 방불케 했다. 보유장서만 수만권. 바로 이 도서관의 한 귀퉁이에서 이 원장의 태극권 인생이 시작됐다.

"바로 이 자리야. 유·불·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8만 대장경>과 <사서삼경>, <도장>을 독파하고 있었는데 <도장>에 그림과 함께 소개된 108동작의 태극권이 흥미를 끌더라고." 108동작을 책을 보며 하나하나 따라하다 보니 몸을 관통하는 '기'가 느껴졌고 그후 태극권의 매력에 푹빠졌다.

"태극권은 살인(殺人)이 아니라, 활인(活人)을 하는 거지. 명상과 몸의 수련을 통해 생명력있는 자신을 만드는 게 목적이야."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느린 움직임이 온몸을 감아돌아 마음까지 닿을 때 궁극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은 병원 지하도장에서 별도의 수련을 받기도 하는데 환자들의 호응은 물론, 치료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 태극권을 전수한 펑 사부(사진 우측)와 함께.

중국과 국교를 맺은 1990년대 그는 드디어 우슈와 쿵푸, 태극권의 본고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동안 책을 보며 혹은 대만에서 태극권을 연구했지만 본토에서 고수들로부터 배운 태극권은 이 원장을 보다 깊고 넓은 경지로까지 올려놓았다. 중국의 5대 명산 중 하나인 '화산(和山)'에서 펑과 사우루 스승에게 태극권과 전통기·병기술을 사사받았다.

이 원장은 대한민국 우슈의 산역사다. 국내에서 한명 뿐인 우슈 9단. 9단은 신의 경지인 입신(入神)이라고 불린다. 제자만 3000명. 전주시 우슈연합회를 만들었으며 전북 우슈연합회 나아가 '국민생활체육회 전국우슈연합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에 올랐다. 대한태극권협회 총제도 맡아 태극권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기자가 물었다. "혹시 K1이나 프라이드를 보시나요? 보신다면 제자로 삼고싶은 선수라도 있으신가요?" 이 원장이 답했다. "일부는 몸이 무거워.근육만 키웠기 때문이지. 또 다른 선수는 몸은 아주 완벽해.하지만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여. 수련을 통해 정신력을 좀더 보강했으면 해. 한 십년만 젊었으면 직접 한번 나가봤으면 해. 하하하." "허걱!"

Tip 쿵푸와 우슈, 태극권의 차이는?
우슈(武術)는 우리말로 하면 무술. 쿵푸(工夫)는 공부다. 즉 우슈와 쿵푸는 특정한 무술을 지칭하는 말이라기 보다 수련과 비슷한 의미의 '무술공부(우슈쿵푸)'를 뜻하는 말이었다.

과거 중국은 각 지역마다 특유의 무술이 있었고 우슈나 쿵푸는 이런 무술들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대명사였던 셈. 최근들어 중국 정부는 수천가지의 무술들을 200가지로 표준화해 우슈라는 카테고리안으로 넣는 작업을 추진했다.

태극권을 비롯해 당랑권·매화권 등은 표준화된 200가지 무술 중 하나다. 표준화 작업은 물론 우슈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소룡이나 성룡 등 홍콩영화의 성공으로 3040세대는 쿵푸라는 말이 익숙했지만 최근에는 올림픽게임에 우슈로 중국 무술이 소개되며 1020세대는 쿵푸보다 우슈라는 말이 더 익숙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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