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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더 들고 환자-의사 신뢰만 훼손

돈은 더 들고 환자-의사 신뢰만 훼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10.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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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정책에 대한 고찰

'의약품 처방조제지원시스템'의 문제점

▲ 전철수(대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

정부는 총 진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고령화추세, 만성질환자 비중 증가 등으로 약제비 지출의 급증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의약품 가격 결정방식 변경과 약가 사후관리 강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약제비 처방 총액 절감 시 인센티브 제공방안, 중복처방 관리방안, 그리고 올해 4월 1일부터 시행된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 등이 관련 정책의 일환이다.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과 관련하여 우리는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대한의사협회가 DUR(Drug Utilization Review, 약물사용평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개념적 혼란이 있었다. DUR과 관련된 보도 내용이 언론별로 상이하고 내용의 본질을 정확하게 간파하지 못한 채 쏟아져 소모적인 논란이 가열된 면도 없지 않다. 대한의사협회는 DUR관련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하여 처음부터 일관된 논리로 접근하여 왔으며, 그간 대 회원 안내지침 및 본회 성명서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DUR은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시행에 반대하지 않았으며, 그간 자율적으로 시행을 하여온 사항이었다.

그러나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관련 시스템)은 실시간 진료내역을 전송하여 감시하는 진료통제권적인 요소가 있고, 전문가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감시적' 성격이 강해 이를 부적절하게 강제적으로 의무 시행하는 것은 명백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DUR이란 올바른 의약품 사용을 위해 약물병용이나 연령·질병 등에 따른 일반적인 상호작용이 부적절하다고 알려진 약제를 처방 투약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전산을 활용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외래처방에 대해서는 DUR, 원내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MUE(Medicine Use Evaluation)라는 용어로 정의되는 전산활동으로 정부의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의 설치 및 시행과 관련된 고시 이전부터 의료계 내에서 자율적으로 시행되어 왔던 전산적 처방평가행위이다.

이에 반해, DUR 관련 시스템은 정부고시에 의한'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요양기관과 심사평가원과의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정보교환 장치의 탑재를 강제화하고, 모든 처방 건에 대해 병용금기사항 평가를 의무화하고(사실 99.98%의 경우 확인할 필요도 없고 이미 확인한 사항이기도 한 것을 요구) 평가 결과를 실시간 전송 강요(긴급한 전송의 평가도 안하고 대책활동도 전무한)하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진료정보를 심사기구가 불필요하게 '과잉집적'하여 환자의 정보보호에 문제가 될 수 있고, 병원 간 전산점검을 실시하여 중복처방 등에 대한 평가가 제도화 될 경우 개인정보 안전성에 심대한 위협이 되며, 전문가의 자율적 행위를 지나치게 강제적으로 규제하여 의협차원에서는 문제를 제기해온 제도이다.

병용·연령금기 의약품에 대하여 일부 부적절한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대두되어 왔다. 외국의 경우 의사의 처방에 대하여 대체로 신뢰 할 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많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 일반에서 의사의 처방에 대해 불신을 조장하는 다양한 계층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며, 특히 정치권, 언론 및 각종 시민단체 등에서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2006년 국정감사 때 동 문제가 강력히 제기가 되어 온 바 있다.

이에, 의협은 보건복지가족부와 2006년 하반기부터 의약품의 병용금기 및 연령금기 사항에 대한 규제의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많은 협의를 해왔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DUR은 의료계의 자율적인 점검으로 이미 적절히 시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DUR관련 시스템구축을 통하여 진료내역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게 함으로써 실시간 진료통제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도에 대하여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판단하였으며 이와 관련하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DUR 관련 의약품의 처방에 대하여 이번 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는 임상현실에서 아주 다양하게 나타나며, 환자의 상태 및 임상 경험적 측면에서도 획일화된 처방을 강제 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사료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병용금기·연령금기 사안에 대해서 의학적으로 근거 있는 기준을 바탕으로 고시만 하면 된다. 의료인들은 매달 업데이트되는 책을 찾아보기, 별도의 전산 프로그램에서 찾아보기, 인터넷 사이트에서 확인해보기, EMR 차트에 탑재된 DUR 시스템을 통하여, 처방전 발행기를 통해서, 또는 청구프로그램에 도입된 시스템을 통해서 등 각종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는 개별요양기관의 형편에 따라 수행 할 수 있는 것이지 일방적인 수단으로 강요할 사안은 아닌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DUR 시스템과 관련된 요양급여비용심사청구소프트웨어의 검사등에 관한 기준고시(고시 제2007-120호, 2007.12.17)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수행의 자유, 자기정보통제권,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 청구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헌법재판소에서 동 사건을 재판부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2008.06.03)되었으며 소속 회원 2133명이 헌법소원에 참여 하고 있다.
 
'중복처방 관리기준'의 문제점
(1) 중복처방의 귀책사유 주체에 대한 문제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5월'동일성분 의약품중복처방 관리'를 위한 『요양급여의적용 및 방법에 대한 세부사항 중 개정』 고시(제 2008-35호, 2008.05.13, 2008.10.1 시행)를 예고하고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5조 제2항에 따라 '동일성분 의약품 중복처방 관리에 관한 기준'을 신설한 바 있다. 이번 고시에 진료의는 '기존에 처방한 약제가 소진되기 7일 이전에 동일 요양기관에서 동일 성분의 의약품을 중복으로 처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부분이 주된 내용으로 이에 따라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한 중복투약일수는 매 180일 기준 '7일'을 초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중복처방은 환자가 다른 질환으로 의료기관에 내원하여 장기처방을 함께 받는 경우, 병의원 근처에 볼일(지방의 경우 장날 등)이 있어 내원하여 조기처방을 받는 경우 등 환자의 '부득이한 사정'이나 '편의'를 위해 조기 처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진료의의 의지로 약제를 조기 처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환자가 원하여 조기처방이 된다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중복 처방된 의약품을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예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른 불순한 의도로 조기에 약을 처방 받든 순수한 의도로 조기처방을 받든 이는 '환자'의 '편의'를 위하여 요구시에 조기처방을 해 주는 것이지 환자를 진료하는 진료의의 '의도'가 아닌 것이다.

중복처방이 보건복지가족부가 설명하는 것처럼 건강보험재정상 약제비절감 효과가 있는 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중복처방의 귀책사유가 대부분 환자의 요청에 의한 것인데도 그 책임 및 귀책을 전적으로 의료기관으로 물어 사후에 의료기관에 지불해야 할 진료비용에서 삭감(차감하고 지급)하겠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귀책사유에 대한 명확한 법적 해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에 '처방'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며 상위법 위임범위의 심각한 일탈임

보건복지가족부는 금번 고시의 상위법을 국민건강보험법(제39조 2항)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5조 2항)이라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는 건강보험요양급여에 관한 사항이며 이에 근거하여, 요양급여의 적용기준이나 방법을 세부적으로 규정하여 하위 시행규칙을 제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동 고시가 발효되었으며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중 약제 세부인정기준 및 방법에 별도 붙임을 신설하여 1호에 '기존에 처방한 약제가 소진되기 7일 이전에 동일요양기관에서 동일성분의 의약품을 중복으로 처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 당국이 스스로 건강보험법에 근거한 고시라고 밝히고 있음에도 '처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처방권의 제한 사항을 정의함으로써 요양급여를 정의하는 상위법(건강보험법)의 위임범위를 심각하게 일탈하는 고시를 했다. 따라서 동 고시 자체가 심각한 법적 모순을 지니고 있어 원천 무효적 성격을 지닌다.

처방권에 관한 사항은 의료법 제18조(처방전의 작성과 교부)와 약사법 제23조(의약품 조제) 3항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 의료인의 '고유 영역'이다.

정부가 고시 개정사유를 "처방기간이 중복되어 약제비의 낭비요인으로 작용해 이를 방지함으로써 약제비를 적정히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바 고시의 개정사유와 전혀 맞지 않는 '처방의 제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 또한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 중복처방 약제비 심사삭감의 법적 근거 부재
의료인이 행하는 '의료행위'는 전문적 행위로서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한다고 의료법은 명시하고 있으며,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1년부터 과잉처방을 이유로 병원들로부터 환수한 약제비에 대하여 서울서부지법의 민사소송에서 병원들이 승소하는 판결이 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의원의 원외처방으로 공단에게 비용지출의 증가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로인해 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은 약국 등 제3자이지 원고가 아니다. 따라서 보험급여비용을 받지도 않은 병원으로부터 직접 부당이익금을 환수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즉, 공단이 의료기관으로부터 약제비용 금액의 환수처분을 내릴 법률상의 근거가 없으며 요양급여기준보다 진료의사의 재량권이 우선한다는 판결이다.

이번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소송 판결에 비추어 볼 때 보건복지가족부가 금번 고시로 시행 예정인 동일성분 의약품 중복처방 관리기준 또한 그 법률상 근거가 매우 미약하다고 사료된다.

(4) 진료거부 문제 및 의료기관과 환자 신뢰관계 훼손

현행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의 금지)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는 법적 근거에 의하여 시행하는 제도도 당연히 포함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라는 것이 상대적이어서 환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나 상황이 있어 의약품을 조기처방 받기를 원하는데 이것을 진료의가 처방하여 주지 않는다면 상당한 불만을 가질 것이다. 환자의 경우는 진료의의 설명을 '본인의 상황'에서 판단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는 진료거부나 회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진료의는 중복처방 관련 고시가 시행되면 환자가 '7일'을 초과한 조기처방을 원하는 경우 고시대로 매 180일 기준 '7일'을 초과하지 않는 날짜를 정하여 다시 내원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날을 다시 정하여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인데, 환자가 이에 불만을 가지고 진료의가 '정당한 사유' 없이 또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진료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고 의료법 위반 시시비비를 따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조기처방을 원하는 환자에게 '조기처방'을 해 주면 해당 약제비를 '환수'당하게 되고 고시의 근거에 따라 처방전 발행을 '유보'하게 되면 '정당한 사유'의 시시비비로 '진료거부'라는 의료법 위반의 마찰 가능성이 있게 되는 진퇴양난의 형국이 될 수 있다. 환자의 진료에 매진해야 하는 의료인은 의료인대로 환자는 불편함으로 인하여 환자대로 다 불만이 증폭될 수 있다.

특정 정책으로 인하여 '의료인'과 '환자'의 불필요한 마찰과 신뢰관계가 손상을 입게 된다면 정책의 정당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그러한 정책이 왜 필요하게 되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5) 환자의 불편 및 부담 가증

중복처방의 대상자는 대부분 만성 질환자이며, 고령의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노인들의 경우 거동이 불편하여 처방받은 의약품을 다 복용하여 소진되기 전이라도 해당 내원 의료기관 주변을 가거나 환자 본인의 사정에 의해서 특정날짜를 맞추어 내원하여 조기처방을 받는 경우, 다른 질환으로 내원하여 이에 맞추어 조기처방을 받는 경우, 시골에서는 기존 처방약제가 소진이 되지 않았더라도 시골장에 맞추어 의료기관을 내원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번 고시가 시행이 되면 예외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조기처방이 불가능하며 약제가 소진될 때가지 기다려 진료의가 정해준 날을 잡아 다시 내원하여야 하는 불편함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중복처방을 피하기 위해 한 번의 진료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두 번의 진료로 늘어나는 등 불가피한 내원증가를 통한 비용 증가로 환자의 경우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이 정책은 환자의 불편함과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심각히 예상된다. 

이렇듯, 중복처방 금지기준은 동일 약제를 중복적으로 처방하는 것을 규제하여 보험재정을 보호하고, 이중적 복용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선의의 의도를 지닌 정책이지만 그 방법이 지나치게 행적편의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비민주적 발상이어서 의료계 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

중복처방 금지 관련 고시는 법적인 정당성조차도 갖추고 있질 못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약제를 처방함에 있어 의학적으로 타당한 처방이라면 설령 급여가 안 된다 하더라도 당연히 처방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법과 관련한 고시가 의료법의 근거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임상진료의 현실에서 약제의 중복을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에도 강압적으로 의사에게만 그 책임을 묻고 있고, 중복과 관련하여 유사한 다른 약제를 처방할 경우 비용은 더 없이 증가됨에도 비용효과적인 정책이라고 판단하는 등 비민주와 우매한 행정의 대표적 표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약제비 절감정책'을 펴면서 환자와 진료의간의 불신과 불필요한 마찰 가능성, 그리고 내원일수 증가에 따른 의료비의 상승과 더불어 약제비도 절감하지 못하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급여기준 초과 약제처방과 과잉처방

의료전문가가 아닌 대부분의 많은 분들은 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과정에서 '급여기준'을 넘어선 처방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과잉처방'으로 불필요한 약제의 남용을 의사들에게 무책임하게 조장하기에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전술한 바와 같이 그동안 '과잉처방'이라고 알려진 대부분의 약제비 환수 사항들은 의학적으로 타당한, 국민의 질병치료와 건강증진에 꼭 필요한 '의료행위'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오해가 우리사회 일각에 만연되어 있는 것은 급여기준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부터 비롯된다. '급여기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의학적으로 타당한 최선의 진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임상진료현장에서 의사가 가져야할 원칙과 의무로 지녀야 할 덕목이고, 보험자에게는 요양급여의 규칙으로 명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당위적인 목표일뿐이다. 현실에서의 '급여기준'이란 보험자의 능력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제도는 명시된 비급여 외에는 모든 것이 급여가 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재정의 한계로 비급여를 제외한 모든 것을 급여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신약기술의 발달로 고가약제들이 나날이 증가되어가고 있다.

추정적으로 사용액수가 매우 크다고 예측 될 경우에는 비용을 추산하여 보험료 인상에 반영하지만 대부분의 약제들은 재정추계를 하지 않은 채로 급여권 내에 진입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약제비로 인한 비용증가가 크게 부담되어 요양급여 범위 밖의 처방에 대해 그 책임을 모두 의사에게 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급여기준 운용은 결국 국민의 피해만 가중시킬 뿐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급여기준 밖의 범위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국민들에게 생색만 내기보다는 보다 솔직해져야 한다. 급여기준이란 말 그대로 한정된 재원 내에서 어느 정도 급여할 것인가에 대한 공급자와 보험자 간의 '합의사항'이어야 한다. 또 보험자와 피보험자 간의 합의사항이기도 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보험자의 독점적 지위로 보험급여 의료서비스를 어느 정도로 제공하는지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전무하다. 오히려 명시된 '비급여' 외에는 모두 '급여'하는 것처럼 홍보하면서 사실상 의료행위·검사·치료재료·약제 등의 실질적인 급여에 대해서 진료 시에는 급여로 주장하면서 비용지불 시에는 반대로 이야기하여 의료기관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이제는 급여기준이 피보험자-보험자-의료계 간의 합의사항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하에 '급여기준'을 넘어서는 것은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개별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급여기준'은 형평성 있게 마련되어야 하며 명시적이고 투명성 있게 운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급여기준을 넘어선 처방의 대부분이 의학적으로 타당한 처방이라 하더라도 극히 일부 발생할 수 있는 '과잉성'의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란 과제가 남는다. 의학적 치료는 적정해야 하지만 적정치료, 적정처방의 기준은 매우 광범위하여 하나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임상진료란 의료에 대한 철학과 문화·제도 및 개별 환자의 임상적 현실과 개인의 수용도에 따라 광범위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의 급여기준 운용은 평균적인 의료서비스의 이념 하에 지나치게 표준화된 틀을 강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의 선택권과 개별적 상황의 차이가 존중돼야 하는 새로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이 요청되고 있는 현실이다. 의학적으로 부당한 처방은 근절되어지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개별적 차이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은 국민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새롭게 인정돼야 한다.

'과잉처방'이란 개념은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진료의 시점과 비용 효과성과 재정의 안정적 차원에서 진료비를 지급해야하는 시점에서 과잉처방에 대한 판단의 근거는 극과 극이 아닐 수 없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차이는 많이 난다. 최선의 양질의 진료를 요구하는 환자에게 평균적인 서비스란 '수준 이하'의 의료에 다름 아니다. '적정처방'인 줄 알면서도 그 비용조차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때로는 '적정'도 '과잉'이 될 수 있다. 또, 개인의 철학과 종교, 가치관 등에 따라서도 '적정진료'는 '과잉진료'가 될 수도 있다.

'적정진료(처방)'란 의사-환자-의료제도 안에서 선택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지 절대적 기준이나 보편적 근거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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