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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씨는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윤정씨는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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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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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수 중앙일보 기자

지난 6일부터 9일까지'환상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일본 속의 네덜란드'로 불리는 하우스텐보스와  세계 최대의 칼데라가 있는 아소산, 그리고 일본 전통의'료깡(여관)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유후인 온천마을을 둘러보는 3박4일 일정이었다. 하지만 나를 참을 수 없는 동행 취재의 유혹(?)에 빠져들게 한 건 그 화려한 일정이 결코 아니었다. 함께 여행할 사람들, 바로 장애인 19명과 그들의 동반자였다. 한 일본 전문 여행사가 해외여행을 해보지 못한 장애인과 그 가족(활동보조인)에게 무료로 특급 일본 관광을 시켜주는 행사였던 것이다. 

이상할 만큼 장애인과는 취재 인연이 많았다. 처음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는 2003년 인터넷뉴스팀에 파견돼 있을 때 만난 이종삼(42)씨. 뇌병변(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그는 정규 학교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지만 독학으로 컴퓨터를 익혀 한 지역복지단체의 홈페이지 관리 등을 맡고 있었다. 항상 유머를 잃지 않는 이씨는 그 인터뷰를 계기로 우리 신문 인터넷 사이트에 한동안 '키다리 아찌의 나누며 살기'라는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2005년 장애인의 날 기념 금강산 통일기행에서 만난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23)양도 잊을 수 없다.

역시 유머감각이 풍부했던 이양은 북한 세관원이 그의 손을 보고 놀라 "손가락이 어케 된 겁네까"하고 묻자 "태어날 때부터 이렇습네다"라며 태연히 두 개 뿐인 오른쪽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장애 청년들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에도 참가해볼 기회가 있었다. 사회복지 전문가 등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해 장애인 고용 관련 시설이나 기관 등을 둘러보고 왔다. 7박8일간 지체장애인과 한 방을 쓰며 활동보조인 역할도 해봤다. 외교관을 꿈꾸다 뜻밖의 의료사고로 시각장애 1급이 된 김기현(33)양, 일행 모두에게 이름으로 아름다운 삼행시를 만들어준'시인' 정동근(25, 지적장애 2급)군 등은 내게 정말 많은 것을 생각케 해줬다. 

이번에도 정말 다양한 장애와 사연을 가진 이들을 만났다. 의료진으로 동행했던 영동세브란스병원의 3년차 전공의 배우리씨도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의대 교육을 받으며 장애인과 뭔가 해본 적이 없어서 장애인도 그냥 '환자'로만 인식해왔어요. '아픈데 뭘 즐기냐'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행 같은 걸 하고 싶어 하면 말리려만 들었죠. 그런데 유람선 선착장에서 어느 일본인 할머니가 휠체어에 산소호흡기까지 건 채 단체관광을 오신 걸 보고 신체의 장애를 이유로 여행의 욕구를 무조건 막는 건 뒤떨어진 생각이란 걸 알았죠. 편의시설 같은 것도 늘려야겠지만, 저도 의사로서 어떻게 하면 그들이 편하게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 고민해보게 된 것 같아요."

배 선생은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이윤정(37)씨에게 치과치료를 받게 도와줄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이라 얼굴을 자신도 모르게 계속 움직이다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치과치료를 받아보지 못했대요. 이가 남아있는 게 없고 잇몸도 엉망이더라고요. 그런데 치과 동기도 그런 장애인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대요. 재활의학이 잘 돼 있는 병원에 문의해봐야 할까 봐요."

윤정씨를 위해, 그리고 배우리 선생을 위해, "파이팅!"
newslady@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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