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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봉사하는 삶의 일부분"

"영화는 봉사하는 삶의 일부분"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8.10.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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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상(울산·주연상의원)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그것을 이용한 사람들의 자기생각 표현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예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컴퓨터의 힘을 빌어 표현해 내는 것을 보면 앞으로 어떠한 미래가 다가올지 흥미롭다.

사람의 생각을 표현해 내는 것 중 가장 힘있는 것이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하듯이 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있어야 한다. 물론 감독 혼자의 생각을 영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것을 좀더 세련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손길은 필수적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대중에 대한 메시지 전달은 파급력이 크다. 또 영화로 인해 영향을 받은 대중들이 만들어내는 힘의 사회에 대한 파괴력 또한 크다.

영화의 이같은 힘을 잘 알고, 그것을 이용해 급속도로 변해가는 혼란스런 가치관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주연상 원장(울산·주연상의원)으로 가장 가치있는 삶은 돈을 많이 벌어서 호화스럽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벌어들인 돈을 이용해 봉사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얼마전 단편영화 <내 안의 적은 어디인가>를 발표한 주 원장은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로서 영화는 매우 중요한 매개체이며,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게 영화라고 말한다. 영화를 이용해 의료계의 현실은 물론 구석구석 잘못된 사회의 문제들을 꼬집고 싶어하는 그의 영화철학을 들어봤다.

처녀작, '내 안의 적은 어디인가' 만들기까지

지난해 신문을 보다가 가슴아픈 소식을 하나 접했다. 한 아이가 피부가 찢어져 성형외과 10곳을 전전하다가 결국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의사들이 아무리 바쁘고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10곳을 전전할 정도로 아이에게 치료를 해주지 못할정도로 현실이 어려웠는가를 생각하니 너무나 슬펐다. 아무리 그래도 찢어진 피부를 꾀매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을텐데...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는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시놉시스를 쓰게 되고 단편영화를 만들어 의료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내 안의 적은 어디인가>이다. 신문기사와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주 원장이 직접 의사역으로 출연하고, 가족·병원식구들·동료의사 등이 함께 출연을 했다. 물론 촬영·연출 등은 전문가들이 맡았다. 그렇게 만든 영화 제작비는 1500만원. 정말 저렴하게 촬영했다.

"변해가는 가치관 바로잡고 싶어"

의사가 되기전까지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주 원장이 사회에 대한 메시지 전달 도구로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파급력이 큰 것이 바로 영화였기 때문이다. "변해가는 가치관을 바로잡고 싶어요. 또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죠. 그러나 그것보다 가장 가치있는 삶은 바로 봉사하는 삶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요즘 문화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너무 빠르다보니 가치관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기도 하죠." "세상에는 나쁜 사람, 좋은 사람, 그저 그런 사람 3부류가 있는데, 그중 의사들은 부정적인 모습으로 많이 비춰지는 것 같아요. 안타까워요."

그래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봉사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늘 다진다. 또 의사를 꼭 '가진 사람' 쪽으로 분류하는 잘못된 시각도 바꾸고 싶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평범하게 사는 것 뿐인데, 왜 굳이 '가진 사람'으로 분류해 비교대상으로 삼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폭력·불륜 등이 합리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영화를 통해 나쁘게 정립돼 가는 가치관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영화라는 것이 실제와는 다른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지만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막아야하지 않겠어요."

'메디컬 전문 영화사' 차려볼까

"의약분업 등의 사회적 문제를 영화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여러가지 상황들을 영화로 만들어서 국민에게 알리는 거죠."

주 원장은 요즘 상업영화들은 주로 20~30대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 매우 다양한 계층이 있는데 대부분 이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다양한 소재들이 나올 수도 없단다. 에로·폭력·코믹함만을 소재로 다루는 영화보다 전문적인 영화, 그리고 전문분야만을 다루는 영화도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의사들이 직접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의사들이 만든 영화를 통해 솔직하고 제대로된 얘기를 일반인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어요. 재미있지 않겠어요. 잘 만들면 다른 영화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 있을 겁니다."

의사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메디컬 영화만 상영하는 영화관을 장만하는 것도 좋고, 왜 의사들이 피부가 찢어진 아이를 피료해주지 못했는지, 왜 비보험진료만 선호하는지 등등 소재가 무궁무진하니 뜻맞는 사람들만 있으면 영화제작은 그리 힘들지 않단다.

"기회가 된다면 메디컬 전문 영화사도 차리고 싶어요. 가치있는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기 때문이죠. 그래서 요즘 의사·간호사·기타 의료분야 종사자들이 함께 모임을 만들어 영화에 대한 얘기도 하고, 제작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조만간 멋진 작품이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주 원장은 <내 안의 적은 어디인가>에 이어 두 번째 작품으로 <타임캡슐>를 준비중에 있다. 시나리오는 마무리 단계이고, 끝나면 곧바로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타임캡슐은 '복제'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생명공학 분야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인간복제와 관련된 얘기를 하고 싶어요. 민감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짚어보자는 것이죠."

봉사의 방법은 다양하다

주 원장은 영화 이외에도 하는 일이 많다. 아동보호 활동에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병원건물 한층을 생태관으로 꾸며 아이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친구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갔는데, 그것을 보고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어린이 보호 교통캠페인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밖에 한국 전통매사냥보전회 활동을 비롯해, 병원 옥상을 정원으로 만들어 얼마전 울산에서 옥상이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울산지역 의료봉사회 활동도 빼놓지 않는다.

또 한국모델협회 울산지부 공식 지정병원이 될만큼 모델협회와도 인연이 깊다.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 심사위원도 맡았던 그는 자신이 직접 모델을 하기도 했다. 타고난 끼가 많아서일까. 주 원장은 앞으로 5년 정도만 병원일에 매달리고 그 이후부터는 병원일보다는 사회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앞으로 시간이 많아질 것 같은데, 의협에서 홍보영화를 만든다면 그 일도 하고 싶어요. 또 지금까지 만든 영화를 상영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습니다."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내 의도대로 세계(우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가 앞으로 스크린을 통해 어떠한 세계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차기 작품에 기자배역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니 벌써부터 배우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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