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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와 베토벤(상)
메두사와 베토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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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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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바지오 작 '메두사' (1598-99)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메두사의 머리(caput medusa)라는 의학용어가 있는데 이것은 간경변(肝硬變)때에 복수(腹水)가 차서 복벽의 정맥이 마치 성난 것 같이 굵게 팽창되어 뱀들이 기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배꼽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불거진 정맥의 모양이 마치 그리스 신화의 여괴(女怪) 메두사의 머리카락이 뱀이었던 것을 연상하게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스 신화에 마녀 고르곤(Gorgon) 얘기가 나온다. 얼굴은 지독히도 못생겼고 이는 돼지 이빨에 놋쇠같이 거친 손을 가졌으며 머리카락은 뱀이었다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영어 속어로 gorgon이라 하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추녀의 뜻으로 쓰고 있다.

세 자매의 고르곤 중에서도 두 자매는 불사신이었는데 메두사만이 죽을 운명으로 태어나 그리스 신화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고르곤들의 그 매서운 눈초리에 한번 걸리기만 하면 그녀들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에 그 자리에서 돌로 변하게 하는 괴력을 지녔다. 그래서 그녀들이 사는 동굴 주변에는 사람이나 동물의 형태를 한 화석(化石)이 많이 널려 있었다.

메두사는 원래 아름다운 아가씨였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자랑하는 미녀였다. 그러나 자기 분수를 모르고 여신 아테나와 미를 겨루었기 때문에 여신은 화가 나 메두사의 아름다움을 박탈하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뱀으로 변하게 하였다. 이렇게 되자 성품이 포악해져서 그녀가 사는 일대는 황폐화되고 말았다.

그러자 영웅 페르세우스(Perseus)에게 메두사를 퇴치하라는 명을 내렸다. 페르세우스는 그녀를 직접 보거나 그녀가 먼저 페르세우스를 본다면  당장에 돌로 변해 버리기 때문에 그는 거울을 손에 들고 거울에 비친 괴물을 향해서 접근하여 예리한 칼로 메두사의 머리를 잘랐다.

페르세우스는 잘라낸 메두사의 머리를 아테네 여신에게 바쳤다. 여신은 기뻐하며 그것으로 자기의 방패를 장식했다. 그래서 이것이 아테네 시(市)의 시문(市紋)이 되었다고 한다. 또 아테네의 상징인 방패를 보고 이 신화를 만들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메두사란 낱말이 '널리 점유한다'는 뜻이어서 '지배하는 여신'을 나타내는 말로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러한 의미와 내용을 지닌 메두사의 머리는 여러 화가들에 의해 그려졌다. 그 중의 하나가 카라바지오(Michelangelo Caravaggio 1573-1610)가 그린 '메두사'(1598-99)인데 그는 17 세기 이후 유럽 미술의 대명사가 된 카라바지오 풍(風)을 탄생시킨 화가로서 자연주의적 의미에서 사실적 표현으로 화면에 빛을 도입하여 어둠 속에 빛으로 분위기와 형태를 드러나게 하는 명암법을 창안한 화가로 유명하다. 그는 메두사의 목이 잘린 것을 표현하였는데 자기가 죽는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듯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우고 있다. 비록 요괴로 변했지만 그 눈매에는 아직도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메두사' (17세기)그림에는 머리의 뱀을 더 실감나게 표현하였으며 개구리가 움직이지 못하는 메두사를 비웃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문국진(고려대 명예교수·학술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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