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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출산 해법 산부인과-정부 '파트너십'
시론 저출산 해법 산부인과-정부 '파트너십'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8.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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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순범(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7년 분만을 포기한 산부인과 병의원이 전체의 62.3%에 달했다. 저출산 현상에 따른 산부인과의 어려움과 위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보다 5%p 이상 또 떨어진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대가치점수 개정작업에서도 산부인과의 진료현실과 어려움, 난이도 등을 고려한 수가체계를 만들어 달라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먼저 우리는 이 문제들이 산부인과만의, 산부인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미 산부인과를 전공하고자 하는 의사들이 줄어들고 있으며, 분만 받는 수련병원의 감소로 아이를 잘 받는 숙련된 산부인과 전문의를 양성할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정부의 여러 출산 장려 정책이 실효를 거둬 아이를 낳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해도 낳을 곳이 없는 사태가 올 것이며, 이는 더 나아가 결국 건강한 아이를 건강하게 낳고자 하는 여성들의 권리조차, 건강하게 탄생해야 할 미래 세대의 권리조차 박탈하는 것이 된다.

혹자는 '아이를 많이 낳지 않으니 산부인과가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현실 아닌가'라고 이야기 한다. '현실에 맞게 자구책을 찾으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 낳을 산부인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결국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산도를 타고 세상에 나온 한 인간으로서의 근간까지 뿌리 채 흔드는 것 같아 항상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출산을 극복하고, 이러한 인간 근간까지 흔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부인과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사람들은 점점 아이를 '적게' 낳지만 '최고'로 낳기를 원하고 있다. 출산 비용을 준다고, 분만비를 낮춰준다고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시대가 아니다. 그만큼 산부인과는 '최고의 아기'를 낳을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과 상담 시간을 늘려야 하고, 출산을 여성이 아닌 한 가족의 축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수가는 이를 반영하기에 턱없이 저평가 돼있다.

최근 5년간 이루어진 상대가치전면개편 연구에서  현재의 건강보험수가는 원가의 73%만 보상되고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이런 의료계 현실에서 산부인과의 보험수가는 타 진료과목과 비교해 더욱 열악하니 현실에서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끊임없이 정부에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수가를 개선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또 진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의료기술을 많이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수가화 해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 수가제도의 문제점을 연구하고, 새로운 수가체계 개발을 위한 근거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도 주력하고 있다. 정부도 요즘 여성들의 임신·출산과 관련한 인식을 조사하고, 이에 맞는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산부인과 보험 수가를 대폭 늘려야 한다. 분만 및 제왕절개수술 수가 뿐 아니라 산전 진료 수가도 올려야 하며,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상황에서 진통-분만의 과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진통-분만 집중관리료와 같은 수가를 신설해 비용을 현실화해야 한다.

특히 의료소송이 많은 산부인과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 과정 중의 응급 상황이나 예측할 수 없는 합병증의 발생으로 인한 임산부와 신생아의 후유증을 산부인과 의사가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돌리려는 국민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저출산 현상으로 산부인과도, 국가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산부인과의사와 정부는 효율적인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질 높은 진료를 하고 이를 보상받는 산부인과 의사, 자신의 건강에 대해 이해하고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는 여성, 건강하고 안전하게 태어날 권리를 존중 받는 미래 세대가 가능해질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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