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말부터 전염병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1940년대에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페니실린이 발견되면서 인류는 비로소 전염병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두 접종으로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다는 발견은 마침내 이 지구상에서 천연두를 완전히 몰아내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눈부신 의학의 발전으로 전염병의 빈도나 사망률은 급격히 감소하였습니다. 그 결과 1970년대 말부터는 일부 사람들은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우리 인류가 승리하였으며, 이제 전염병을 교과서에 기술할 필요가 없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예측을 내 놓았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후에도 우리 인류는 계속해서 전염병과 싸워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에이즈, 에볼라, 대장균 0157과 같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전염병이 계속해서 나타남은 물론이고, 과거에 창궐하다가 점차 사라져가던 전염병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 잘 듣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염병이 다른 질환과 다른 특징은 병의 원인이 확실하고, 효과적인 치료법과 예방법이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전염병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출판된 〈감염질환〉은 〈Control of Communicable Diseases Manual〉이라는 책을 번역한 책입니다. 이 책은 미국 동부의 조그마한 도시 Newton의 보건 담당자가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서 만든 조그마한 팸플릿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이 팸플릿이 전염병을 관리하는 업무에 대단히 유익하다는 평판을 받게 되자, 미국의 공중보건협회(American Public Health Association)가 이 팸플릿을 발간하여 미국 전역에서 배포하기 시작한 것이 1917년입니다. 그 이후 이 책자는 꾸준히 판을 거듭하여 2000년도에는 17개정판이 나왔으며, 이미 8개 국어로 번역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는 전염병의 표준 지침서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감염병마다 그 병원체, 역학, 병원소, 전파형식, 잠복기, 전염기간, 진단, 예방 방법, 치료 등 감염병을 이해하고 관리하는데 있어서 핵심이 되는 내용을 알기 쉽고, 찾아보기 쉽게 기술한 점입니다.
오명돈, 최강원 교수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우리 나라의 통계를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표, 그림, 환자의 사진도 추가하여 원서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하였으며, 전염병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 책이 감염병 분야의 필수 교과서가 되리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특히 이 책은 감염병 환자를 돌보는데 필수 정보인 증상, 진단, 치료, 예방법에 대해서 그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기술하고 있어서 의사나 간호사에게 매우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학, 병원소, 전파형식, 공중 위생적인 시책 등 전염병 관리 실무에 바로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공중 보건 업무 종사자들에게도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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