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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가치 실천에 옮기고파

'나눔'의 가치 실천에 옮기고파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8.07.0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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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한 미술품을 많은 사람과 함께 보면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미술관을 연 의사가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개원하고 있는 박호길 원장(박호길내과)이 바로 그 주인공. 박 원장은 2006년 경기도 양평 남한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닥터박갤러리'를 열었다. 무엇이든 '나눔'이 중요하다는 그가 미술관을 열게 된 사연을 들어봤다

닥터박갤러리에 올인하다

박 원장은 갤러리를 운영하면서도 병원에서 여전히 환자를 진료한다. 갤러리도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을 쪼개서 관리할 정도로 그에게 있어서 시간은 금이다.

그렇게 일평생 개원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성공의 길을 걸었지만 마음 한구석엔 답답한 무엇인가가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열심히 환자를 진료하는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정신적 빈곤에 시달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림을 감상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수집으로 이어졌지요."

처음 수집한 그림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산수화.

"강에 배가 떠있는 그림이었어요. 아마도 진료를 하면서 답답한 마음 때문에 배를 타고 떠나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던것 같아요."

박 원장은 그 후로 그림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했다. 이론적 공부도 중요하지만 직접 전시된 작품을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림을 보는 안목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수집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해 600여점을 모았다.

그러나 좋은 작품을 무조건 사 모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경제적인 상황이 제일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 요즘은 부인이 허락한 작품만 구입해야 한다. 소장품들은 손동진 화백·앙트완 부르델·베르나르 뷔페· 부상파이 등의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5년만에 완공…양지로 나서다

1978년부터 각별한 애정을 갖고 수집해 온 국내외 근현대미술작품을 여러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보관하고 전시할 갤러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건축가로 유명한 승효상씨에게 건물 공사를 맡겼고, 5년이라는 긴시간을 거쳐 닥터박갤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술품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여럿이 나눠서 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시말해 '미술품은 공공재'라는 것이죠. 그래서 갤러리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음지에서 혼자만 갖고 있으면 뭐합니까. 양지로 내보내어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또 보아야 그 가치가 올라가는 것 아니겠어요."

박 원장은 젊고 유망한 작가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유망 작가들을 적극 발굴·양성해 그들을 국제미술계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국제아트페어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고 해외 화랑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추진하면서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 기회도 확대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문화적 가치 우선시되는 시대 올 것

박 원장은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하고 닥터박갤러리를 열면서 좋은 현대미술작품을 가장 많이 소유한 유명한 사설 미술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꿈을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닥터박갤러리를 양평 남한강변에 세운 것도 복합문화예술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강변과 건물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풍경으로서의 건축'을 통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채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마음을 탁 틔워주는 푸른 산과 맑은 물을 배경으로 한 미술관을 통해 문화예술 감상의 장을 마련하는 동시에 도시인들이 바라는 문화적인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박 원장은 고급문화와 예술창작작업행위가 넘치는 강변문화 벨트지역이 되길 희망했다.

박 원장은 앞으로는 문화적 가치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 믿고 있다.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닥터박갤러리를 잘 가꾸고 운영해 나갈 겁니다. 또 닥터박갤러리는 생각도 하고, 전시도 하고, 편히 쉴 수 있고, 앞서 있는 사람들의 얘기도 듣고, 자연과 친화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겁니다."

늘 도전하는 자세 중요

의사로서도 성공하고,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도 성공한 박 원장은 요즘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고 생각하지도 않은 것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 새로운 '모임문화'를 기획중이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어떠한 모임문화가 탄생할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남에게 욕먹지 않고 멋진 의사로 기억되고 싶어하는 그의 바람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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