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단기 연수 기간 동안 베를린에 머물게 되었다. 베를린, 동서로 나누어졌던 곳이기에 더욱 친숙한 나라.
하지만 그곳은 배낭객들이 프라하를 보기 전에 잠깐 들리는 장소로 더 알려져 있다는 것을 현지 민박집에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본 파리나 프라하가 더 흥미로웠지만, 세계의 많은 관광객이 꼭 시간을 내어 들리는 곳이 독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베를린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흥미로운 도시였다.
독일이 1·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이후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게 된데는 그들만의 문화관리 노하우가 있었다. 모든 생활 용품 하나하나까지도 따로 모아 박물관의 명칭을 붙인 덕분에 생활용품 박물관·악기박물관 등 수십개의 박물관이 있고, 그런 박물관에서는 가족중심의 외국 관광객이 연휴를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박물관비를 1일·3일·오후 6시 이후 무료입장 등 다양하게 구분해 저렴하게 여러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거의 무료로 박물관을 볼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적인 풍토였다.
하지만 이런 편의 시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박물관의 섬'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4개의 박물관을 아름다운 베를린 대성당과 슈프레강을 따라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조경을 꾸며놓았다. 더욱이 베를린 성당에서는 베를린필하모니의 공연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싼 가격으로 볼 수 있어 발길을 잡았다.
가장 유명한 페르가몬 박물관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가져온 문화로 꽉 채워져 다시 한번 놀랐다.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만큼, 현지에서 가져온 아름다운 보석과 벽, 기둥과 같은 건축물들은 박물관 안에서 또하나의 신전이나 건물을 완성하고 있었다.
그렇다. 우리의 국보 제 1호는 정말 어이없게 사라져서 CNN에서 연일 방송될 정도의 세계적인 망신이 되었고, 그 후에도 우리가 관심을 가진 문화재들이 엉망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일 사람들은 박물관을 찾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전시물을 훼손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만을 철저히 입장시키기 때문에 1~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만 한다. 그들이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는 사람들이 문화재를 많이 보러 오게끔 하는 데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보물이 아닌 것도 문화의 가치를 가지게끔 관리하는 능력에서도 느껴졌다. 문화재를 보호하는 능력과 관람객에 대한 배려는 문화재 관광청이나 소수 관리자들의 역량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휴가를 휴양지에서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박물관이라도 가족끼리 방문해 종일 서로 공부하고 이야기하면서 작은 문화재에도 관심을 가지는 문화가 중요하다. 이러한 차이와 국민의식의 변화가 역시 문화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