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영화 <식코>와 미국 의료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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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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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시스템을 고발한 영화 <식코>

고주형(엘리오앤컴퍼니 위원)

현 정부의 의료산업화정책에 대해 여러 시민단체들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영리의료법인 허용이 의료의 질과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반면 의료비를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의료시스템의 부조리를 다룬 영화 <식코>(SiCKO, 2007)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국민신문고의 공개제안을 통해  <식코>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도 하였고, 공중파방송에서 주요내용이 소개되는가 하면, 곳곳에서 영화시사회가 열리고 있다. 영화  <식코>에서는 목재작업 중 손 가락 두 개가 절단되었으나, 접합수술 비용이 높아 손가락 한 개를 포기한 사례 등 미국 의료시스템의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 한편으로 의료시스템을 진단하는 것은 무리

영화  <식코>가 자주 회자되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영리법인 허용 등의 현 사안들이 미국의료시장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코>는 미국 의료의 부조리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미국 보건기구의 무능함을 비판한 영화라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을 가감없이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극적 재미를 위해 일부만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확대하거나 생략하기도 했다.

또한 감독의 눈으로 바란 본 현실이므로 이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제작자인 마이클 무어 감독은 2008년 3월, 코넬대학교와의 컨퍼런스콜에서 "식코의 제작의도가 일부 악덕 보험사, 의료법인, 정부기관의 부적절한 행위와 사례를 고발하고자 한 것이지 의료관련 모든 기관과 정책에 대한 비난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식코>가 사실에 입각한 다큐멘터리형식이기는 하나 제작자의 편견이 많이 담겨 있다고 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례로 영화내용 중 보험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가족을 잃은 보험가입자의 사례는 보험사의 진료개입을 논하기 이전에 가입자의 본인과실도 무시할 수 없다.

즉, 저렴한 보험상품으로 인해 본인부담금이 높아 스스로 진료를 포기했거나, 본인의 보험약관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병원선택에 시간이 지체되었거나, 혹은 보험회사가 단순히 보험금 지원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것을 두고 병원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으로 확대해석한 경우 등 다양한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미국 병원에서도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가 침해당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다만 보험계약이 되어 있지 않는 병원에서 보험적용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본인부담금이 높아질 뿐이다.

이는 중증질환의 고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과 유사할 것이다.

막연한 거부감보다 부작용에 대한 대책마련이 중요

우리 국민이 병에 걸리면 어느 병원이건 빨리 가면 된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본인과 가족이 어느 병원에 가야 좋은지 아는 것은 국민적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즉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 1개사가 관리하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이 병원이 보험적용이 되는가?'를 물어볼 필요가 없이 모두 동일한 보험적용을 받는 것이고, 미국은 대다수의 경우 각 의료보험사별로 병원 혹은 의사와 별도계약을 맺고 있어 어떤 병원에 가면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고, 어느 의사를 만나야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가 다르다.

이처럼 국가별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차이로 인해 정책 간 수평 비교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다. 국가별로 의료정책의 변화과정과 속도가 다르고, 국민적 부의 격차가 있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다르고, 의료의 질적 수준이 다른 두 나라의 의료시스템을 눈으로 드러나 보이는 '현상'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오류발생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기위해 많은 대안들이 고려되고 있다. 과거 선진국 제도를 일방적으로 찬성 혹은 반대만 하다가 결국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도입해 국민들만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몇 가지 단편적 사례를 들어 현 의료산업화정책을 무조건 비방하기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특이성과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보다 발전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의 질 향상과 의료기관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달성은 한국형 의료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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