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06:00 (금)
연대사 이수현

연대사 이수현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1.06.01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회원 여러분.

오늘은 참으로 슬픈 날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우리들이 다시는 이러한 일로 이러한 자리에 모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 왔습니다.

지난 1년간 준비되지 않은 의약분업의 위험성에 대한 우리의 지적이 이제 다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뻔뻔스럽게도 의사들에게 그 예정되었던 실패의 책임을 모두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잘못은 깃털과 같은 말단 직원 몇 명을 희생시켜 본질을 호도하려는 치졸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책임을 물으려면 이상론에 치우쳐 되지도 않을 의약분업 정책을 입안하고 강행한 정책 입안자나 이에 부화뇌동하여 현실과 여론을 왜곡한 어용학자및 시민단체의 떨거지들을 문책해야지 왜 지시에 따라 일만 한 하부 직원을 파면합니까? 이는 바로 면피행정의 표본이요, 후안 무치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작년에 무어라 했습니까? 의약분업 좋은 정책이라고 했습니다. 언젠가 시행되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나라의 의료 환경에서 이를 곧바로 시행하는데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고 했습니다. 그러기에 미리 치밀하게 준비해서 온 국민이 협조하는 가운데 시행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의 충고를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실패했습니다.

국가를 혼란에 빠지게 했고, 국민을 엄청나게 불편하게 했으며,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의료보험 재정을 완전히 거덜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엉터리 의약분업을 정부는 또 다시 누더기처럼 기워서 어떻게든 밀어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극소수 부정이 의심되는 의사들을 색출하기 위한 수진자 조회 등의 해괴한 조치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국회에서는 의료법을 개정하여, 조그마한 실수만 있어도 의사 면허를 박탈하고, 그 면허를 다시 취득하는 길마저 차단하는 역사상 그 유례가 없는 악법을 입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지구상에서 어느 한 특정 직업군을 지정하여 그토록 가혹한 형벌을 제정하려 하는 나라가 그 어디에 있습니까?

자기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본인은 몰랐다거나 대가성이 없다거나 하면서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끝없이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완전무결을 강요하는 우리의 국회의원들이 이런 마녀사냥식의 입법을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수차례에 걸친 충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우리 의사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의-정 합의안을 휴지로 만들었으며 이 정부는 의약분업을 빙자한 의사 죽이기에만 급급합니다.

정부의 대책안이라는 것은 의약분업의 근본을 뒤엎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의사들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합니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이 의약분업이 아닐진대 협조는 무슨 협조입니까?

우리에게 남은것은 국민들께 직접 호소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 이 땅에서 의사들이 말살되는 2001년 7월1일로부터 우리는 의사이기를 포기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 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회원 동지 여러분.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이 엄청난 의료계 탄압사태를 맞아 일사불란하게 투쟁에 임해야 할 우리가 왜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그것이 저는 무엇보다도 안타깝습니다.

집행부의 지도력이 흔들린다면 의료계의 단결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단결이 없이는 승리도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지극히 중요한 시기에 집행부가 강력한 지도력을 갖지 못하면 우리는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사 동지 여러분

부디 우리가 처음 모여 한 마음 한 뜻이 되었던 작년 여의도의 그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갑시다. 우리의 선배들이, 우리의 동료들이 차가운 겨울 바람에 뜨거운 마음으로 삭발을 하고, 그것을 보고 함께 눈물을 흘리던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집행부는 미련 없이 과감한 결단으로 전 회원을 함께 단결시킬 전기를 마련하시고, 회원들은 작은 자기를 버리고 큰 우리를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우리의 힘을 한데 모읍시다. 우리 모두 하나로 뭉쳐 이 난국을 헤쳐 나갑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