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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15:31 (목)
"이레사 사용제한 풀리길 기대"

"이레사 사용제한 풀리길 기대"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3.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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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T 공동 P I 에드워드 김 교수(M D 앤더슨)
"화학요법과 효과 같다면 중요한 옵션으로 되돌아 와야"

위약보다 생존율을 개선하지 못하고 끝난 'ISEL' 연구는 이레사에게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그로부터 2년. 이레사가 새 연구결과로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INTEREST란 이름의 이 연구에서 이레사는 표준 화학요법인 도세탁셀과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 상황은 복잡해졌다. 아니 오히려 단순해진 셈이다. 부정적인 연구로 사용범위가 제한됐다면, 긍정적인 연구가 나왔으니 원점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는 게 연구자와 판매사의 의견이다. INTEREST 연구의 공동 PI(주연구자)인 에드워드 김 교수(MD 앤더슨)는 이 부분에 매우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김 교수를 폐암 관련 최신 경향이 논의된 국제 학술회의에서 이레사의 판매사 아스트라제네카 주선으로 만났다.

'이레사를 누구에게 써야 하는가'라는 측면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결론은 뭔가.

결론을 논하기에 앞서 전통적인 '화학요법'은 어떤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학요법은 기본적으로 '투여하면 이상반응은 있지만 대부분 효과가 있는' 약이다. 아무도 화학요법을 '특정인에게 잘 듣는' 약이라 보지 않는다.

INTEREST 연구는 이런 화학요법(도세탁셀을 의미함)과 이레사의 효능을 비교했고 결과는 '동등하다'였다. 더 중요한 점은 '어떤 환자군에서도 그러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레사는 화학요법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었단 의미다. 이는 이레사가 아시아·여성·비흡연자 등 특정 환자군에서만 효과가 있을 수 있단 'ISEL' 연구의 가정을 뒤집은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결론은 효능을 늘이고 독성을 줄이는 것이 암치료의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이레사가 화학요법과 동등하다면 부작용이 적고 삶의 질을 높이는 약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ISEL 연구에서 제기된 '특정 환자군'은 모두 의미가 없어졌단 말인가. 이레사 이슈는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간 것인가?

일단 향후 연구를 통해 어떤 '바이오마커'를 찾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없다'가 결론이다. EGFR 돌연변이가 있으면 이레사에 더 반응이 높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하지만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다.

INTEREST에서 이레사와 화학요법이 모든 환자군에서 동일했다는 결과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효과가 다른 환자군이 전혀 없었나?

딱 한군데 있었다. 도세탁셀이나 이레사를 3차 치료제로 쓴 군이었다.

도세탁셀을 3차로 쓴 환자는 11개월, 이레사는 6개월 정도의 생존기간을 보였다. 2차로 썼을 땐 별 차이가 없었는데 3차에서 도세탁셀이 더 좋게 나온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나 역시 아이러니 하다고 본다.

여성 환자에서도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일단 여성에서 도세탁셀과 이레사는 동등한 효과를 보였고 남성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약과 상관없이 여성과 남성으로 비교해보면 여성에서 두 약의 효과가 모두 높게 나타난다. 이것은 약의 효과라기 보단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정도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ISEL 연구를 바탕으로 제한된 이레사의 사용범위는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또 그렇기 위해선 어떤 연구가 추가로 필요한가.

일단 추가 연구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확고하다. 아시아의 경우 INTEREST는 ISEL의 결과를 한층 강화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아시아인은 이레사를 계속 써야 할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INTEREST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일단 규제당국이 이 결과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측이 원해서가 아니라 '의무적인' 절차다.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제한이 풀리길 기대한다. 의사 입장에선 하나라도 더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도세탁셀과 비교해 효과를 증명한 표적항암제는 이레사가 유일하다는 것도 참고가 될 것이다.

아시아인 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IPASS'가 진행중이다. 이 연구는 무슨 답을 줄 것인가.

1차치료제로서 이레사와 화학요법+이레사의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다. 여기서 두 군이 비슷하게 나온다면 화학치료가 더 이상 필요없다는 것을 말해줄 것이다.

또다른 폐암약인 타쎄바의 경우 이레사와 달리 위약과의 비교 연구에서 생존율을 개선했다. 일단 타쎄바가 더 좋은 옵션일 수 있어 보이는데.

타쎄바는 BR21이란 연구로 위약보다 생존율 개선을 입증했다. 이레사는 ISEL 연구에서 위약과 생존율에 차이가 없었다. 과학적으로 두 연구를 비교할 수 없지만 임상의사들은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연구의 대상환자가 누구냐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ISEL의 경우 45%의 환자가 화학요법 후 질병이 진행된 '예후가 안 좋은' 환자들이었다. BR21이나 INTEREST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25% 수준이었다. 즉 ISEL이 훨씬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INTEREST가 먼저 나오고 ISEL이 나중에 발표됐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거란 점이다. 우리는 부정적인 연구와 긍정적인 연구의 결과 및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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