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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35>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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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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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문한 동경에서

▲ 이시훈(내과전문의, NIH visiting fellow)

이제 NIH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2년 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처음 NIH에 가기로 결심하던 때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 온 의사-과학자 (physician-scientist)의 길을 걷기 위한 훈련을 위해 내과 수련 도중, 실험실 생활을 병행하였으나, 전적으로 실험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동경대학 대학원 의학계 연구과에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만난 동경대의 동료들은 임상 수련 후 약 4년간의 전일제 실험실 생활을 통해 기초 실험에 대한 훈련을 받고 의학박사 학위를 받는, 미국과는 조금 다른 일본 특유의 MD-PhD 과정을 이수하고 있었다. 그들과 거의 동년배이고 비슷한 위치에 있던 나는 한국의 모교에서 코스웍을 마치고 in vitro 실험(시험관내 실험)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동경대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인 일년 만에 in vivo(생체내 실험)실험을 끝내고 이듬해 모교로 돌아와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잘 짜여진 시스템과 연구를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는 여건이 짧은 기간 내에 실험을 마칠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되지만, 우연히 학생 식당에서 만난 수의대 박사 과정 유학생인 남 선생님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동물 수술 및 실험이 잘 진행될 수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동경대에서의 생활을 정리할 즈음에 과학 재단에서 후원하는 NIH와의 연계 프로그램을 접하였고, NIH에서 2년간 더 연구 경험을 쌓고 싶은 희망이 생겼다. 그래서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과학 재단에서 면접심사, 미국에서 어학 테스트와 세미나 등 바쁜 과정을 거쳐 NIH에 포스트닥 과정으로 초청되었지만 막상 미국으로 갈 것인가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도 그렇고, 중요한 시기를 외국에서 보내면 국내에서 자리잡기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주위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고민하고 있던 당시에 NIH로 갈 것을 가장 강력하게 권유한 분은 동경대에서 지도해 주셨던 정웅일 교수님이었다. 동경대학에서 임상 수련을 마친 후, 하바드의대 MGH에 갈 때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를 극복한 이야기를 해주시며 격려해 주심에 용기백배하여 미국 행 비행기에 오르던 일이 생각난다. 정 교수님은 한국인 최초의 동경대 의학부-공학부 교수가 되신 분으로 선배 의사-과학자로서 귀감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 첫 번째 눈발이 휘날리던 날, 동경대를 방문하여 NIH에서 연구하고 작성한 세 편의 논문을 전해 드렸더니 정 교수님께서 너무나 좋아하시며, 축하와 격려를 해주셔서 마음이 뿌듯해졌다. 같이 실험실 생활을 하던 동료들은 거의 졸업하였고, 나보다 늦게 들어온 학생들이 이제 실험실의 고참이 되어 있는 모습에 다시 한번 세월의 빠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실험을 많이 도와 주었던 남 선생님도 어느 새 학위를 마치고 남 박사님이 되어 있었고, 포스트닥 과정을 위해 올 봄에 워싱턴에 있는 조지타운의대로 간다고 한다. 그리고 친하게 지냈던 동경대 의학부의 한국인 유학생들도 다들 열심히 해서 좋은 연구 업적을 내고 있는 모습들에 너무나 반갑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박사 과정 중의 자문 위원이었던 윤채옥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 된 타이라 교수님이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이유로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눈발이 점점 커지면서 어느 새 함박눈이 되어버렸다. 눈 속을 거닐면서 야스다 강당, 아카몬, 그리고 의학부 남연구동 및 병원을 둘러보니 4년 전의 일들이 떠오르면서 만감이 교차함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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