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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2:28 (금)
"제 꿈이요? 의료소송전문변호사입니다"
"제 꿈이요? 의료소송전문변호사입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8.02.0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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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된 1호 변호사 이경권

의사가 법조인이 된 경우는 종종 있지만 법조인이 의사가 된 경우는 드물다. 처음 있는 일인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로서의 앞길도 탄탄한데 굳이 남들이 말리는 의과대학을 진학하고 의사가 된 이경권 변호사는 의료소송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2~3년 후에는 진짜 의사가 어떤건지 몸소 체험하기 위해 인턴을 할 계획이다. 외과의사를 꿈꾸고 있는 이경권 변호사를 만나봤다.

진정한 전문가 되려 의대 진학
이경권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고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처음으로 의료소송건을 접하게 됐다. 의료소송건을 다루면서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아 고생을 했단다. 밤늦도록 관련서적을 뒤지고 공부도 해봤지만 기본적인 의학지식이 없다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은 당연했다.

또 대외적으로 의료소송전문변호사라고 명함을 내밀지만 실제로 전문가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의대를 갈 결심을 했다.

"처음엔 유학을 갈 생각도 했지만 가족들이 '도박'을 하는거나 마찬가지라며 말렸어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데 주변에 의사인 친구들이 의대를 권유해 실행에 옮겼죠"

그렇게 열심히 4년을 공부하고 의사가 된 이 변호사는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단다. "상담할 때 의뢰인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만큼 의학 영역이 넓어서 전문가라고 하기엔 창피해요"라며 겸손해 했다.

리더를 키우는 교육시스템 필요
이 변호사는 의학의 깊이에 대해서는 겸손해했지만, 의과대학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꽤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보니 의과대학 교육시스템이 좀더 발전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털어놨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연수원 생활을 할 때에는 나름대로 엘리트라는 생각을 했고, 또 그런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의대에서는 엘리트가 되기 위한 교육보다는 질타와 꾸중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의사로서의 소양을 쌓기보다는 위축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의사가 된 이유에서일까 의료계 시스템에 대해 말하는 그는 한마디 한마디 할때마다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우수한 학생들이 위축되고 바보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변호사는 의대교육이 꾸중과 질타가 많다보니 학생들도 엘리트라는 의식과 자부심을 갖지 못하게 되고, 결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부족하게 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의대 교육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당분간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
이 변호사는 인턴생활을 곧바로 하지 않을 계획이다. 변호사 생활하면서 저축했던 돈을 의과대학 다니면서 몽땅 써버렸기 때문에 당장 변호사 일을 하면서 집안일을 챙겨야 한다.

"2~3년후 인턴을 하기전까지는 변호사일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의과대학 등록금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가족들 원성이 이만저만 아니죠"라며 웃는다.

"당분간은 가정에 충실하면서, 4년동안 변호사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을 보충할 겁니다." 의사와 변호사 자격을 모두 갖고 있지만 4년동안의 공부가 쉽지는 않았음이 그대로 보여진다.

"국시에 합격하던 날 부모님이 가장 많이 좋아했어요. 아내는 좋아하기는 했는데 이틀 동안만 좋아하더군요. 변호사가 의사가 됐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악성 댓글이 많았고, 그것을 아내가 본 후로는 좋아하지 않았어요."

주위의 시선이 축하도 있었지만, 반갑지 않은 것도 있다는 그는 "개뿔도 모르는게 무슨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냐"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그것이 아니다"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꾹 참았던 이유는 의사들의 고충을 그만큼 알았기 때문이란다.

'땡'시험이 가장 힘들었다
의대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게 뭐냐고 물었더니 대뜸 나이먹고 의과대학 다닌 것과, '땡'시험이었다고 말한다.

"나이를 먹고 의대갈 것은 못되는 것 같아요. 나이어린 선배들이 학번을 내세우면서 많이 괴롭혔거든요" "늙었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그때는 그렇게 듣기 싫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옵니다"

1주일에 한번 이상은 시험을 본 것 같다는 그는 '땡'시험이 가장 어려웠단다. 불확실하게 알면 답안지를 전혀 채울 수 없고, 백지로 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법연수원과 다른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또 "변호사로서 몇백명 앞에서 특강을 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컨퍼런스 발표를 하는게 더 떨렸다"고 고백했다. 교수님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전혀 모르고, 질문을 해도 답변을 충분히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힘든만큼 보람있는 도전
"의학전문대학원에는 법조인 출신이 여러 명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전문영역을 갖추기 위해 의대에 꼭 가야할 이유는 없지만 힘든 만큼 보람이 있기 때문에 도전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제2의 이경권을 꿈꾸는 변호사들에게 그는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권했다.

"의사가 되고나니 의사들이 진료를 하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도 알게됐어요. 지금 당장 의사자격을 갖게 됐다고 생활이 편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앞으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충분한 전문지식을 동원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만 할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1보 전진을 위해 2보 후퇴를 한 것이지만 변호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은 4년동안 변호사로서 치열하게 살았다며, 그들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를 다진 그는 진짜 의사라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라도 인턴을 꼭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면허가 주어진 것은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므로 앞으로 진지하게 살아갈 것도 약속했다. 변호사보다는 의사 이경권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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