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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과제1…의대교육 자율에 맡겨야

이명박 정부의 과제1…의대교육 자율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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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0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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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없이 모든 의대 의전원 전환, 새 정부 다시 고려해야

▲ 왕규창 (서울의대 학장.한국의대학장협의회장)

1. 의학교육

지난 정부에서 의학교육계에 던진 파문은 의학교육계, 나아가서는 사회적 합의없이 모든 의과대학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으로 전환하도록 강요한 것이다. 그 근거도 막연하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성숙한 학생의 입학, 이에 따른 고급전문인 양성, 대학입시 과열 완화, 미국 의사제도에 근접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되었다. 그 중에는 사실과 다르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았다. 의학교육계가 우려하는 학생의 고령화, 경제적 약자와 군복무 의무자들이 겪게 될 상대적인 의학교육 진입 장애, 학생들의 학문지향성 감소, 의사 생애 단축, 졸업생들의 수익 추구 경향 강화, 이공계 학부의 입시학원화, 우수 이공계 대학의 학문 후속세대 육성 방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수급 부족 등등의 문제는 무시되거나 간과되었다. 오래 전부터 우리 의학교육계는 4+4 교육 형태가 일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대부분을 4+4로 전환하는 것에는 강력히 반대했다. 당시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정색을 하며 "왜 한국에서 의학전문대학원 정책을 추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씀이 있었다. 반면에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는 의전원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밀어붙였다. 남학생의 경우 의전원 학생의 나이는 의대 학생보다 2년이 더 많은 것이 아니라 4년 이상 더 많다. 그 보다 훨씬 나이 차이가 나는 대학들도 많다. 교육기간이 짧아서 의사의 질이 문제가 되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데도 많은 학생들은 원하지 않는 교육기간을 더 보내야 한다. 학생 비용도 엄청나게 늘었다. 학생 대출금 한도를 9000만원으로 올렸지만 결국은 갚아야 할 빚이다. 빚을 갚고 잃은 시간을 보상받으려 졸업생은 수익성을 추구해야 하고 그 부담은 국민의 몫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참여 정부의 정책으로는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전체적으로 의전원 형태를 기본의학교육의 틀로 삼고있으나 이는 그들 나름의 역사에서 비롯된 독특한 입시 제도를 바탕으로 이해해야 하며 군복무 의무가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입학 전 학사학위 취득을 '권장'하는 대학이(학사학위가 없을 경우 학사학위가 있는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형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입학요건으로 '반드시' 요구하는 대학보다 많다. 최근에는 이들도 학생 고령화와 학문지향성 저하, 교육비용 등 때문에 고민이 깊어 다시 우리 의과대학과 유사하게 우수 고교생을 선발하여 6~7년에 학사와 MD를 함께 받도록 하는 BS-MD(Bachelor in Science&MD), 또는 BA-MD(Bachelor in Art&MD) 제도가 의료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는 데 더 좋으므로 이같은 제도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NIH의 MSTP(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로 널리 알려진 MD-PhD 프로그램은 의과학 전문인력의 양성이라는 측면 외에도 의전원 체제에서의 학생 고령화, 학문지향성 저하에 대한 대안이라는 측면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의 브리핑에 의하여 의전원 전환에 반대하는 것은 우수 학생을 놓치지 않겠다는 이기주의 발상으로 매도되었다. 당근으로 전환 국립의대에 대한 교수 정원 증원, 의전원 전환 지원금 등이 제공되었고, 대폭적인 등록금 인상도 허용되었다. 의대 허가 지역 제한 등 행정적 문제들도 해결해 줄 듯한 태도를 보였다. 기획예산처에서 의전원 전환 지원금을 승인하지 않자 의학계 제2기 BK 사업은 원래의 취지인 일반대학원(전문대학원이 아닌 학술학위 관련 대학원) 지원보다는 의전원 전환 대학 지원을 하는 쪽으로 방향이 왜곡되었다. 의학은 과학에서 제외되었고 일반대학원 지원 사업은 전문대학원 사업과 혼란스럽게 섞이게 되었다. 의전원 비전환 대학의 일반대학원 대학원생은 지원 자격이 아예 없고 의전원 전환 비율대로 일반대학원 대학원생이 지원받는 등 뭐가 뭔지 모를 사업이 되었다. 채찍으로 비전환대학 BK 사업 배제 뿐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 배제, 학사편입학 정원 회수 등의 압력이 가해졌다. 똑같은 내용의 의학교육을 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 과열을 완화한다는 막연한 기대로 근거와 절차를 갖추지 못한 채 몇몇 인사들의 주장에 의하여 그런 낭비와 무리수를 두는 이유를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과 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연초에 교육부에 대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어두운 굴속에서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때이른 안도감임을 아는 데도 후련함이 있는 것은 아마도 그 동안 많이 억눌렸기 때문일 것이다. 제발 의대 체제와 의전원 체제를 각 대학이 희망하는 대로 허용하고 학생들도 원하는 형태의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바란다. 지금 우리나라의 의학과 의료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정말 필요한 일들이 많이 쌓여 있다. 소모적 논쟁은 여기서 접었으면 한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중앙에 의생명과학이 위치한다고 모두들 말한다.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으로 기왕에 우수 인력이 모인 의료계가 미래 성장동력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르다. 세계 경제 12위에 걸맞는 이렇다할 명품 의약품, 이렇다할 의료기기, 의료기관이 없다. 이들 기관이 성장하기 이전에 이들에게 일정량 이상의 영양분이 가지 않도록 하는 데에만 열중하였다. 그 덕분에 많은 국민들의 주머니가 약간은 두툼해졌다. 대신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의생명과학과 의료의 경쟁력은 저만치 멀어져 갔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의료경쟁력 강화는 상호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사회안전망 역할도 하면서 의료경쟁력을 키우는 조화가 필요하고 가능하다. 정부도 안다. 관련 공무원과 대화하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데에 놀란다. 그러나 정치적 논리 때문에 못한다.  실용을 강조하는 정부에서는 뭔가 달라질 것을 기대한다.

의생명과학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오늘날 의학과 의료계를 왜곡시키는 죄는 대단히 크다. 새로운 정부는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의학교육의 틀을 바로 잡고 사회안전망도 유지하며 의료의 경쟁력도 강화하여 우리의 의생명과학이 제 몫을 하도록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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