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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5 18:04 (목)
[탐방] 성애병원

[탐방] 성애병원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1.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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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세포들간의 신호변환 형태에 있어서 선구적 발견을 통해 뇌의 정상적 기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 공로로 2000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스웨덴의 아르비드 카를손 명예교수(77,스웨덴 예테보리대)와 미국의 폴 그린가드 교수(74,뉴욕 록펠러대), 에릭 캔들 교수(70,컬럼비아대).

이들의 업적도 업적이려니와 70 성상을 넘겼음에도 현역에서 왕성한 연구활동을 펴고 있다는 사실은 주임 교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65세에 정년퇴임을 할 수밖에 없는 국내 학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던졌다.

정년퇴임을 맞이하는 순간 풍부한 경륜과 학자적 명성마저도 함께 굴레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국내 현실. 주임교수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재직기간도 짧아지는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지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성애의료재단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백발이 성성한 원로 교수들이 병동을 돌며 환자의 건강을 살피고, 연구실에서 젊은 후학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김순용(한양대,79), 백만기(서울대,79), 구본술 (가톨릭대,76), 이유신(서울대,74), 이돈영(조선대,72), 박용휘(가톨릭대,71), 박병문(연세대,67) 명예교수가 임상 현장에서 현역 못지 않은 왕성한 진료와 연구활동을 펴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우리 나라 의학 발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예교수들이 영원한 현역으로 후학들과 함께 새로운 병원 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성애의료재단이 출신대학이 서로 다른 명예교수들과 젊은 병원의사들간의 조화로운 결속을 통해 새로운 병원 문화를 세울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김윤광 이사장(80)의 화합과 봉사의 인생관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명예교수들에 대한 존경과 젊은 의료진에 대한 배려가 한데 어우러졌기에 가능했다.
 
평양의전 출신인 김 이사장은 1 4후퇴 당시 월남하여 1968년 12월 성애의원을 개원하며 서울에 뿌리를 내린 이후 지난 30여년간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의술 외길을 걸어왔다. 지난 1982년 의료법인성애의료재단으로 인가를 받은 이후 1987년 1월 부도위기에 몰린 광명성애병원을 인수하고 사회복지법인 윤혜복지재단과 유전공학연구소(성애바이오텍)를 잇따라 설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양 병원을 합해 총 900여 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성애의료재단은 1983년 성애병원이, 1992년 광명성애병원이 인턴 레지던트 수련병원으로 지정 받았다. 개원 이래 분만 신생아가 12만명을 넘어섰으며, 일반 종합병원으로는 처음으로 레이저 복강경수술클리닉을 설치, 10년만에 3천례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도 했다.
 
"진료의 전문화와 질적 향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이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천하는 현대의학을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고 습득함으로써 언제나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세가 병원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은 "항상 공부하는 자세야말로 의료인이 갖춰야할 환자에 대한 의무이자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성애의료재단이 의학연구를 중시하고 각 대학 명예교수들을 초빙하게된 배경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사립병원이 좀처럼 추진하기 어려운 연구분야에 대한 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유전공학연구소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유전성 암 조기진단법은 성과를 인정받아 특허를 받았으며, 췌도이식을 주로 하는 당뇨병센터의 개설, 핵의학과-방사선과-비뇨기과 공동 연구팀의 근접방사선치료법 도입, 미세수술 고관절 심장병 등 전문분야별 클리닉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성애의료재단은 연구 뿐 아니라 사회 봉사에도 남다른 활동을 펴고 있다.
1988년 한몽교류협회 부회장을 맡아 몽골의 젊은 의사, 간호사, 병원 사무직원의 연수 교육을 지원해 온 김 이사장은 한국 내 거주 몽골 환자의 진료활동과 몽골 대통령 영부인이 운영하는 '사랑의 재단'에 학용품 지원 사업을 펼치며 한-몽 민간 교류에 앞장섰다.

묵묵히 10여년 동안 몽골과의 민간교류와 의료봉사를 펼쳐온 김 이사장은 1999년 몽골에 초청돼 수교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13일에는 국빈으로 공식 방한 중이던 나차긴 바가반디 몽골 대통령 내외가 외교 전례상 드물게 민간병원인 성애병원을 직접 방문, 의료계는 물론 외교가에 잔잔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나차긴 바가반디 대통령은 "한몽 교류협력과 발전에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고 몽골 공무원과 한국의 의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몽골 근로자들을 따뜻하게 돌봐줘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몽골과 가까이 효율적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애의료재단도 급변하는 의약분업과 규제위주의 의료제도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의사는 명예를 먹고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다른 장사치와 똑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이사장은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아버지에 이어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김석호 기획실장(피부과)은 "중소병원이 몰락하고 대형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만 살아남는 의료 불균형이 우려된다"며 "10년 앞을 내다보는 의료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기획실장은 "중환자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폐단은 개선해야 한다"며 "병원이 환자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당국이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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