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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선생님,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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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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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실(전 보건복지부 장관)

우리가 자랄 때나 우리 아이들이 자랄 때는 아침이면 "어머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며 집을 나서고 저녁에는 집에 와서 "어머니, 학교 다녀왔습니다"하고 인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요즘은 새벽밥 먹고 도시락을 몇 개씩 싸서 짊어지고 학교에 가서 밤 10시까지 공부하고 잠깐 집에 가서 눈 붙인 뒤 옷 갈아입고 다시 학교로 가다보니, 집보다 학교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선생님, 집에 다녀오겠습니다"하는 인사가 나오게 된단다.

얼마 전 수능시험이 끝났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결과도 나오기 전에 비관 자살을 하는 수험생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오죽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생 목숨을 끊을까. 우리 사회는 왜 이다지도 청소년들을 핍박하고 주검으로까지 내 몰고 있을까.

고 3수험생이 있는 가정은 모든 일을 수험생 위주로 하고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발소리조차 죽여가면서 일 년을 보낸다. 올해는 수능 등급제라는 새로운 제도가 생겨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고 한다. 전에는 고 3학생만 수험생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 입시를 위해 올인하고 있다. 이과계를 전공하려면 과학고를, 인문계를 전공하려면 외고 같은 특목고를 가야한단다.

1974년 중·고등학교 평준화가 시작된 이래 학생들의 하향평준화에 성공했다. 과연 우리나라 대학생의 실력을 초등학생 쯤으로 떨구어 놓아야 성공한 교육이 되는지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이 글로벌 시대에 언제 경쟁력을 키워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OECD는 국제학력평가시험에서 한국이 57개국중 11위로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7차 교육과정에선 이공계 지망학생이 과학과목을 수강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 3학생이 어려운 과학과목을 전혀 수강하지 않아도 수능시험을 보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조령모개 식으로 바뀌는 학제에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머리를 들 수 없도록 어지럽다. 장관이 바뀔 때 마다 법이 바뀌어서 심지어는 어느 장관세대라는 말까지 나돈다. 

대선의 계절이 왔다. 전례 없이 12명의 후보가 난립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시원한 대책이나 공약을 제시하는 것을 볼 수 없다. 온통 네거티브 공격으로 일간신문 1면이 채워진다. 다음 대통령의 역할 중엔 경제 회생을 포함해 모든 분야의 현안 해결이 중요하지만,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 훌륭한 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아침마다 어린 학생들이 "어머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외치면서 씩씩하게 현관을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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