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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31>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31>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2.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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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 이시훈(NIH visiting fellow)

지난 주에는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이 있어 4일 간의 연휴를 보내게 되었다. 어느 사회나 농경 시대를 거치면서 한 해의 수확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풍습은 일반적이지만,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이 오랜 기간 동안 확립되어온 우리의 추석을 비롯한 동양의 중추절과는 달리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짧은 역사에 걸맞게 그 유래가 정확히 알려져 있는 명절이다. 미국은 역사가 오래 되지 않고,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 대한 문화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길지 않은 역사에 대해서도 국민적인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곳곳마다 historic sites를 지정하여,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학교에서도 역사를 꽤 비중 있게 가르치는 것 같다. 항상 역사란 것이 강자의 시각에서, 그리고 지배자를 위주로 서술되기 마련인데,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 같이 북미 대륙의 첫 번째 주인은 이민 온 청교도들이라기 보다는 이 곳에 정착해 살고 있던 인디언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미국 내에서도 거의 사라져 가는 인디언들의 역사와 문화를 이제는 보존하고 후세에 전하려는 노력이 일어 나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16 세기 중엽에 종교의 탄압과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로 피해 지내던 청교도들이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하자 타향살이를 정리하고 영국으로 돌아가려고 작정했으나 이들의 입국이 허락되지 않자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인 북미의 메사추세츠 주에 도착하게 되었다. 혹독한 추위와 기아, 그리고 인디언들의 습격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던 청교도들은 질병 등으로 거의 절반 이상이 사망하였는데, 불굴의 개척 정신과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옥수수·호밀·보리 등을 경작하는데 성공하여 이듬해 가을엔 풍작을 이루었고 인디언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들에 있는 칠면조를 사냥하여 그들에게 대접하였고, 인디언들과 함께 즐기고 기념한 데서 추수감사절이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 않았으나, 각 주로 퍼져 나가, 특히 남부에서 종교적 의식이 많이 가미되었고, 링컨 대통령 때에 미국 전역의 연례 행사로 공포하여 11월 마지막 목요일로 정해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칠면조 구이와 클랜베리 소스, 그리고 호박파이를 장만해서 가족·친지들과 오붓한 시간을 가지고, 비공식적으로 금요일을 쉬면서 4일 가까이 되는 긴 연휴를 이용해 NIH에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유럽 혹은 카리브해안의 관광지 등이나 인근의 뉴욕·보스턴 등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을 블랙 금요일이라고 부르면서 자정부터 엄청난 할인 판매를 하는데 운이 좋으면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옷이나 가전 제품들을 10분의 일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도 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추수감사절을 한 주 앞당긴 정책을 편 적도 있다고 하는데,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크리스마스, 연말까지 미국사람들은 일년 동안 모은 돈을 모두 다 소비한다고 할 정도로 많은 소비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사회에 사는 우리들에게 안정된 사회 기반을 중심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최소화하고, 사회보장 및 복지정책에 힘입어 있는 돈을 모두 소비시키면서 경기를 진작시키는 미국의 경제정책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도 미국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정책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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