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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30>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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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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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쓰기
▲ 이시훈(NIH visiting fellow)

2년 전 처음 NIH로 오는 비행기에서 몇 가지의 목표를 세워 보았다. 미국 의학 및 의료의 최신 지견을 배우고 익히는 것, 많은 동료들을 사귀는 것, 미국의 생활과 문화를 즐기고 만끽하는 것, 가족·친지·친구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가시적이고 좁은 의미의 목표는 좋은 연구를 많이 하고, 좋은 논문을 내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NIH와 의과대학을 비교하면서, 빨리 가시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해내어 지속적으로 NIH의 연구비를 경쟁적으로 수혜 해야 하는 의과대학이 안정된 자체 연구비로 장기적이고, 모험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NIH보다 연구 업적을 내는 데에는 더 유리한 것 같다는 말들을 많이 했다. 실제로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지도 교수로부터 지시 받은 연구 주제는 이전 연구원이 4년 동안 기초 작업을 진행하였으나 큰 진전을 보지 못한 프로젝트였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전구체로서 우리 신체 내에 가장 많이 존재하고 건강보조제로 널리 판매되고 있는 DHEA의 세포막 수용체를 발굴하고 그 생물학적 기능을 규명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는데, 미국 내에서도 이 연구 주제를 가지고 경쟁적으로 진행하는 그룹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를 매개하는 펩타이드계 호르몬과는 달리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세포막을 투과하여 핵 내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생물학적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 동안 알려져 왔으나 2003년 프로제스틴의 세포막 수용체가 밝혀지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알려져 왔다. DHEA의 세포막 수용체의 존재를 증빙하는 여러 가지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어, 이 수용체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된다. 지난 4년 간 진행해온 프로젝트를 다시 검토하고 나름대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 기법을 동원해 2년 여간 진행해 왔지만, 원하는 결과는 아직도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기법을 익힐 수 있었고, 특히 문제 해결과 새로운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훈련은 매우 값진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한 가지의 연구 주제만 고집하지 말고 항상 뒷받침할 수 있는 두 번째 연구 프로젝트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대로 지도 교수와 상의하여 인슐린 저항성의 분자 기전을 밝히고, 이를 실험 동물과 환자에게서 적용할 수 있는 연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로는 최근에 두 번째 논문이 통과되었고, 세 번째 논문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인슐린 저항성을 인체 및 실험 동물에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적인 종설과 실험 동물, 특히 유전자 조작으로 다양한 인슐린 감수성을 보이는 실험용 쥐를 가지고 우리 실험실에서 처음 주창된 QUICKI 및 각종 인슐린 저항성 지표와 실제로 인슐린 저항성을 가장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진 글루코스 클램스 실험을 비교 분석하여 그 가치를 평가한 논문인데, 이를 통하여서는 실험 기법을 익힌 것 외에 미국 내 관련 분야의 대가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면서 그들과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항상 어렵게만 보이던 분자 생물학적 기법을 이용한 실험 논문을 작성하면서, 단편적으로 배워 항상 부족함을 절감하던 분자 생물학을 조금은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마무리 한 후, 시간 부족을 핑계로 학술지에 게재하지 못해 한 해 두 해 계속 미루어 오던 연구 주제를 드디어 완성하여 투고할 수 있게 된 것도 너무나 기쁜 일이다. 다시금 계속적으로 지도해 주신 한국·일본·미국의 지도 교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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