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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사태에 대처하는 법
리베이트 사태에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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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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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의료계가 뒤숭숭하다.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형병원 관계자들은 두세 명만 모여도 대화 주제가 어김없이 '리베이트'다. 필자가 만난 대형병원 관계자는 "시한폭탄을 옆에 두고 있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약사 리베이트' 발표의 파장은 그만큼 컸다.  

공정위는 최근 10개 제약회사의 '부당고객유인행위'를 적발하고, 시정조치와 함께 199억6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매출액 기준 상위 5개사인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녹십자, 중외제약은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제약사들의 '부당고객유인행위'로 인해 소비자가 입은 피해액은 무려 2조18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그 이야기냐며 인상을 쓸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이 많을 것 같다. 물론 속이 상할 것이다. 그래도 공정위 발표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공정위는 10개 제약사가 이른바 '리베이트'에 쓴 돈이 5228억 원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리베이트 방법까지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제약사는 특정 학회 소속 의사 59명과 의사들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골프와 바다낚시, 꿩 사냥을 시켜줬다. 여기에 1억2000만 원이 지출됐다고 한다. 또 다른 제약사는 의사 40명과 가족들의 놀이동산 이용권을 제공했다.

공정위는 제약사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빠르면 이달 말쯤 그 조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아마 이번에는 제약사 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과 의사까지 적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가 그냥 흘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실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 고위관계자의 예측대로 될 확률이 높다.

우선 시민단체를 포함해 일부 진영에서 "리베이트를 준 쪽만 처벌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위배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들도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과 의사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한 종합일간지는 사설에서 "주는 자, 받는 자를 함께 처벌해야 천문학적인 '검은 거래'를 차단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병원·제약사 간의 관계를 투명하게 하려면 이 기회에 쌍방처벌로 확고한 부패척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미 상위 5개 제약사는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검찰이 수사를 하게 되면 리베이트를 준 쪽과 받은 쪽이 모두 드러나게 돼 있다. 그렇게 되면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병원도 결국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   

병원과 의사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마침 대한의사협회에서 성명서가 나왔다.

의협은 성명서에서 일부 의사와 병원의 '비리'를 전 의사와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공정위의 조사가 당초 취지인 과다한 규제와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데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의협의 이 주장에 대해 필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성명서를 본 많은 기자들은 선후(先後)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성명서의 마지막 부분에서 의협은 "일부 잘못된 리베이트 수수 관행에 대해서는 자정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합법적인 기부문화 정착에 앞장 설 것을 다짐 한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지적은, 바로 이 부분이 성명서의 맨 앞에 나와야 옳다는 것이었다. 전후 사정이 어쨌든 의료계의 오랜 관행이 문제가 된 사안이 아닌가. 그렇다면 먼저 '자정노력'을 선언하고, 그 다음 억울함을 호소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의사세계처럼 기자세계도 선후배 사이에 규율이 엄격하다. 그래서 호된 꾸지람을 당하는 후배가 가끔 생긴다. 어떤 후배는 먼저 사과하고, 그 다음에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다. 그러나 어떤 후배는 자신의 입장부터 주장한다. 어떤 후배가 더 사랑스럽겠는가.

이번 사태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도 모른다. 따라서 의협에서는 긴 호흡으로 대처해야 한다.

억울하더라도 참고, 먼저 민심을 얻어야 할 때도 있다. 그게 전략과 전술이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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