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사 백신·감염질환 담당자 그레그 실베스터
얼마전 국내에도 소개돼 관심을 끌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에 대한 추가 정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누가 맞아야 하는가' '효과는 얼마간 지속되는가' 등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직 먼 상태지만, 최소한 이 백신의 '정체'를 조금 더 확실히 가늠해 볼 수 있는 정보로 눈여겨 볼 만하다. 3∼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4회 IPC(국제인유두종바이러스컨퍼런스)에 발표된 가다실 대상 FUTURE III 임상연구도 그런 정보 중 하나다. 미국 머크사에서 백신과 감염질환을 담당하고 있는 그레그 실베스터 씨를 만나 그 의미를 들어봤다. 아래는 실베스터 씨가 IPC에서 아태지역 기자를 상대로 발표한 내용과 의협신문과의 인터뷰를 종합해 문답형식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46세까지의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HPV(인유두종바이러스) 16, 18형으로 인한 지속감염과 질병예방 효과가 위약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83%인 것으로 나타났다. 16, 18형은 자궁경부암 발생원인의 70%에 해당한다. 또 6, 11형으로 인한 성기 사마귀는 100% 예방됐다. 가다실이 젊은 여성 뿐 아니라 중년여성에서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가다실의 효과는 26세까지로 제한돼 있었다.
83%란 효과는 HPV에 감염되지 않은 여성만 골라 접종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중년여성에서 HPV 감염이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실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라 할 수 있나?
가다실은 6, 11, 16, 18형 등 네가지 바이러스로 인한 암과 사마귀를 예방한다. 백신 접종 전에 이런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지 않아야 예방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한가지에 감염됐다해도 나머지 3가지로 인한 감염 및 그로 인한 발병을 막을 수 있으므로 백신의 혜택은 여전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네가지 바이러스에 모두 감염된 여성은 이번 연구에서 0.4%에 불과했다. 즉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99%의 여성은 이 백신을 맞은 후 어느 정도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접종 전 미리 감염여부를 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감염 스크리닝은 두가지 방법이 있다. PCR 검사와 혈액검사(항체가 검사)가 있는데 두가지 모두 필요없다는 게 학계의 권고사항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방법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상용화하기에도 아직 이르다. 임상에서 적용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자신이 HPV에 감염돼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83%라는 수치는 오해를 야기할 것 같다. FUTURE II 연구를 보면 HPV 감염여부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선정된 여성에서의 암예방 효과는 17%였다.
성경험이 없다면 HPV 감염 확률이 극히 낮으므로 83%가 의미있다. 하지만 30세에 성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약에 관해 절대 하지 않는 말이 '언제나'와 '절대로'이다. 다만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접종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백신을 맞은 후에도 스크리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꼭 얘기해야 한다.
이번 연구의 83% 효과는 FUTURE II의 98%에 비해 낮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나.
2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젊은 여성일수록 면역반응이 강하기 때문에 26세까지는 98%가 나왔지만 중년에서 그렇지 못했을 수 있다. 또 현재 결과가 1.65년 추적기간을 본 중간결과인데 시간이 갈수록 위약군과 백신군의 효과 차이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2년 정도 지나면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암을 예방한 것인가, 감염을 예방한 것인가" 임상결과의 '질'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이번엔 추적기간이 짧아 CIN2/3단계의 '전암단계'까지 진행된 사례가 적었다. 그래서 12개월 지속감염 사례까지 포함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6개월 지속감염과 항체가를 측정한 자료로 중년여성 예방효과를 강조하는 경쟁사보다는 만족스러운 결과다. 현재 보건당국도 CIN2/3 결과를 원하는 방향으로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물론 항체가로 허가를 내줄 것인가 전암단계로 내 줄 것인가는 그들의 결정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