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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9>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9>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1.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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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데이

▲ 이시훈(내과전문의, NIH visiting fellow)

매년 이맘 때가 되면 '10월의 마지막 밤'의 이별을 노래한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떠오른다. 라디오에서는 항상 이 노래가 흘러 나오고,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지는 계절이 되었다. 서양에서 10월 31일 밤은 '할로윈 데이 (Halloween Day)'이다. 어느 곳을 가거나 노랗게 익은 호박 장식을 볼 수 있고, 지푸라기로 된 허수아비도 만나 볼 수 있다. 이 연례 행사는 고대 켈트인들의 삼하인 축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이 축제는 죽음의 신인 삼하인을 찬양하고 새해와 겨울을 맞는 축제로, 이 날 밤에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그들의 집으로 돌아온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 축제는 유령, 마녀, 도깨비, 요정 등과 함께 불길한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또한 이 날은 악마의 도움으로 결혼, 행운, 죽음에 관계되는 점을 치기에 좋은 때라고 생각하였다고 하는데, 서양에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할로윈 축제는 모든 성인(聖人)의 날 대축일(11월 1일) 전날 밤의 행사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hallow'란 앵글로색슨어로 '성도(聖徒)'를 뜻하며, 'All Hallows Eve'(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전야제)'가 줄어서 'Halloween'이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미국 어린이들의 축제로 유명해졌는데, 학교와 직장에서는 가장 파티가 열리고, 밤이 되면 도깨비, 마녀, 해적 등으로 가장한 어린이 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초콜릿과 캔디를 얻어 가는 풍습이 있다. 할로윈의 상징물은 잭 오랜턴 (Jack O' Lantern)이라고 하는 속을 도려낸 큰 호박에 악마의 얼굴 모습을 새기고 그 안에 초를 고정시켜 놓은 것이다. 요즘은 국내에 서양의 많은 풍습이 전해 지면서 국내에서도 발렌타인 데이, 할로윈 데이, 베이비 샤워와 같은 서양의 풍습을 즐기게 된 것을 두고, 굳이 우리의 일상 생활과 관련이 적은 서양의 풍습을 따를 필요가 있을까라고 하는 부정적 견해와 함께 전 세계가 같은 생활권이 되어가는 글로벌화의 큰 흐름을 따라가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하는 긍정적인 견해가 혼재해 있는 것 같다. 맹목적으로 서양의 것을 따라가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외국에 생활하면서 그 곳의 고유한 문화와 풍습에 동참하고, 즐기는 것도 재미있고 유익한 경험인 것 같다. 지난 여름에 집사람이 출산을 앞두고 있을 때, 이 곳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이 '베이비 샤워'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이는 친구들이 출산에 임박한 임산부를 초청하여, 아기와 관련된 각종 선물을 주고, 덕담을 주고 받는 자리였다. 출산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임산부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해주며 출산의 두려움을 덜어주고 격려해 주었는데, 유익하고 고마운 자리였던 기억이 있다. 이 곳에도 인심이 예전 같지 않아, 요즘은 유령, 마녀, 도깨비, 요정으로 가장한 어린이들이 잘 찾아오지도 않고 아예 캔디와 과자를 준비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동네의 집들을 찾아가도 예전처럼 과자를 잘 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것을 보았다.

점점 사람 살아가는 인정이 메말라가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고 서운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할로윈 데이를 시작으로 11월 말의 추수감사절을 지나 12월 말의 크리스마스까지는 일년 중 가장 여유롭고 풍성한 시간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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