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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권쟁취 투쟁 재해석 '눈길'

의권쟁취 투쟁 재해석 '눈길'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7.10.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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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교수 "'2000 의쟁투' 평등의료 저지 투쟁" 평가
여론 지지없어 자유주의 의료시스템 붕괴…'지시-복종' 반계약적 관계 정착

▲ 바른사회시민회의 보건의료선진화특위는 11일 특위 창립 기념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보건의료 선진화를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섰다.

2000년 의권쟁취 투쟁에 대한 재해석이 나왔다.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헌법학)는 11일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바른사회 보건의료선진화특위 창립기념 토론회에서 '헌법적 관점에서 바라본 평등의료시스템의 문제점' 주제발표를 통해 의권쟁취 투쟁을 집단이기주의적 관점이 아닌 평등의료시스템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으로 해석했다.

강 교수는 2000년 의권쟁취 투쟁은 의약분업으로 진행될 평등의료시스템의 폐해를 국민에게 알리고, 박탈당하거나 제한될 의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환자를 볼모로 파업한다는 여론몰이를 통해 의사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시기심에 불을 질렀으며, 이러한 소비자 의식을 지닌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해 자유주의적 의료시스템은 서서히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의협 정관계 로비 파문을 둘러싸고 의료인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는 국민의 평등의식을 자양분 삼아 의사·병원은 물론 자유의료시스템을 희생시키고 이를 대가로 평등의료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강 교수는 한국에 평등의료시스템이라고 일컬어지는 '지시-복종'의 반계약적 의료법률관계를 가져온 직접적인 불씨는 2000년 김대중 정부의 대중영합적 의료사회주의 정책의 결과물인 의약분업제도에 기인한다면서 한국의 평등의료시스템은 표준진료지침에 따른 의료비 청구 행정의 표준화로 의료에 투입된 의사의 노동에 대한 귀속의 수가를 비대칭적으로 불균형화 해 의료시장을 반계약적인 행정 지시와 통제의 터로 만들어 헌법(119조) 원칙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평등의료시스템은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보험 적용 의료 여하에 따라 의료시스템을 불합리하게 차별해 진료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게 하고, 의료행위에 관계되는 직종간의 불평등을 주는 기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평등주의의료시스템은 차별화된 의료시스템과 인간다운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의 공존을 인정치 않고, 의사 직종에 대한 집단적인 사회적 비난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이익을 공유하면 된다는 이기주의적 평등주의만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투약을 의료행위에 명시하지 않는다면 약사의 역할로 오도돼 국민건강권을 침해하게 된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간호사의 역할에 간호진단을 규정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특히 의료시스템을 의료인에 과잉의 책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국민건강권 실현에의 기반 조정 책무를 실현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건강권은 또 다른 국민인 의료인의 기본권에 속할 수 있는 진료권의 과잉제한을 통해 실현되는 헌법상 권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 교수는 전문직종 종사자들이 웃으면서 일에 매진하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자부심이라며 평등의료시스템이나 평등교육시스템으로는 이것을 보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이상돈 고려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평등이념이 관료적 권위주의로 얼룩진 사회보장적 의료체계의 형태로 지나치게 지배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의료의 발전과 국민의 건강권이 확대·실현될 전망을 갖기 어렵다"면서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서로 가능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려면 요양기관강제계약를 계약제로 전환하고 건보 보험자를 단일보험자에서 민간보험에 위탁 경영하는 식의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의약분업은 환자가 의약 일체서비스와 분업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환하고,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는 지정토론을 통해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해 진료비를 지급받았다면, 환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의학적 필요성·치료 효과·환자의 부당 이득 여부는 고려되지 않은 채 초과지급된 진료비를 환자에게 반환해야 한다"면서 "의사의 진료의무와 환자의 진료비 지급의무 사이의 대가관계(쌍무관계)가 건강보험의 행정적 개입으로 허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환자는 굳이 의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민사소송을 제기할 필요없이 공단이나 심평원의 행정적 개입에 의해 손쉽게 본인부담금을 환불받고 있다"면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임의비급여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현 변호사는 "의사와 보험자 간의 보상관계는 환자의 진료비 지급의무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 의사와 환자간의 진료계약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면서 "이러한 해석은 사적 자치의 원칙과 진료계약의 성질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건강보험제도도 중요하지만, 의료인의 기본권과 환자의 선택권도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며 "건강보험제도로 인해 의학의 발전이 저해되어서도 안되므로 양자의 관계에 대해 헌법조화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의료부문에서의 형평과 효율' 주제발표를 통해 "모든 국민이 단일한 접근성을 갖는다는 것이 완전한 수준의 평등이라면,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상태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형평의 추구가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가늠해 최적 수준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원식 교수(건국대 경제학)는 "공적 보험으로 최저 보상을 해 주고, 민간 건강보험을 허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가 같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공공성을 강조해 국가 개입이 너무 지나치게 커지면 자율성이 없어지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포기할수도 있다"면서 국가 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한 뒤 "의료의 영리도 인정하고, 원가 보전을 위해 4% 수준인 건강보험료를 10%대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부연구위원의 주제발표에 대해 임금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의료를 특수한 재화나 서비스로 규정해 정부 간섭을 정당화한 유럽의 경우 의료서비스 이용자의 자기 책임감이 상실됐으며, 관련 산업도 경쟁력을 잃어 그 피해가 결국 의료소비자에게 돌아갔다"면서 "의료의 평등성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영국의 경우 매년 1만 여명의 국민을 외국에서 치료받도록 의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형평이니 분배 정의니 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의료를 특수한 재화나 서비스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부연구위원은  "사회보험이라는 단일시스템에 강제로 맞추려 하기 보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단지 빈곤층에게 일정 수준을 보장하는 것에 한정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견해가 올바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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