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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7>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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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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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H research festival

▲ 이시훈(내과전문의, NIH visiting fellow)

더운 여름도 다 지나가고, 높고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과 주차장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로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계절이 되었다. 고국에는 이제 추석도 지나 논에는 황금벌이 장관을 이루는 때가 되었는데, 때아닌 늦더위로 연신 땀을 훔치게 하더니, 비가 한번 오고 나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찬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봄, 여름 내내 논밭에서 애쓴 농부들이 웃음 만개한 얼굴로 추수를 기다리듯이 일년 내내 실험실에서 실험 기구와 실험 동물, 때로는 임상 연구를 위한 환자들과 씨름하며 얻은 데이터를 발표하는 자리인 NIH research festival이 개최되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여하는 이 행사는 방대한 NIH의 규모에 걸 맞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 발표와 수많은 특강들, 그리고 각종 행사 및 업체들의 연구 기자재 전시회가 열려 축제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는 자리였다. NIH에 있는 동안 가장 좋았던 점의 하나는 국제 학회나 세미나가 열려야 접할 수 있는 다양하고 심도 있는 대가들의 특강을 언제나 접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번 festival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이번 festival에서 준비된 특강들은 확립된 결과를 가지고 자신의 업적을 뽐내는 그런 자리보다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들을 소개하는 성격이 더 강해 정보 교환 및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는 훈련을 하기에 적절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NIH 내의 연구자들간에는 경쟁자라기보다 동료라는 의식이 강하게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의 공유 및 공동 연구, 그리고 기자재 및 실험 재료를 얻는 것이 너무나 자유스럽고, 이런 연구의 수월성이 자주 우수한 결과로 직결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Fellow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제작하여 발표하는데, 이 중 우수한 연구 결과를 선정하여 FARE (Fellow Award for Research Excellence)라는 상을 수여한다. NIH에는 research fellow, clinical fellow, 그리고 postdoctoral fellow 들의 모임인 NIH felcom 이라는 단체가 있는데, 이 단체가 주최하는 job fair도 festival 기간 내에 열렸다. Fellow 수련 후, 대학, 병원, 연구소 또는 기업체로 진로를 모색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grant 작성 및 teaching 기법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 NIH가 워낙 큰 조직이다 보니 내부에서도 어떤 기관들이 어떤 목적으로 설립되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 각 조직의 홍보를 위한 행사도 눈길을 끌었는데,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수 많은 인원들이 종사하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각종 기업체들의 홍보 부스도 가장 흥미 있는 곳이었는데, 주로 학술지를 발행하는 출판사, 실험 기자재를 납품하는 회사, DNA 염기 서열 분석 및 각종 실험을 대행하는 바이오 벤쳐 회사 등이 참가를 하였다. 연구를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기자재나 도구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유익했고, 홍보를 위해 준비한 각종 기념품들도 festival에 참여하는 재미를 더했다. 한국에서 설립된 몇몇 바이오 벤쳐 회사들도 주로 이 인근에 미국 지사가 모여 있는데, 이번 festival에도 몇 개의 회사가 참여하였다. 생명과학 분야가 인류의 건강 증진을 위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많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미래 산업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견이 되어 국내에서도 많은 인재들이 생명과학 분야에 몰리고, 이로 인해 일시적인 인력 수급의 과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좀 더 멀리 바라보고 꾸준히 관련 분야로 투자를 지속하여 많은 한국의 생명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되어 국내에서도 진정한 생명과학 축제의 장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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