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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6>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6>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0.0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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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 Wars

▲ 이시훈(내과전문의, NIH visiting fellow)

한국에 있을 때 영화를 즐겨 보던 편은 아니었지만, 외국에서 지내다 보니 이 곳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반드시 보게 된다. 영어나 현지어 자막으로 보는 한국어 영화는 주로 외화를 한국어 자막으로 보던 것과 비교할 때 새로운 맛이 있다. 3년 전에 일본에서 지낼 때, 배우 배용준을 필두로 하는 엄청난 한류의 한 가운데 있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 때 동경에서 개봉한 영화 '스캔들'을 일본 친구들과 보면서, 한국의 전통 가옥과 풍습, 그리고 특히나 등장 인물들이 보여준 화려했던 한복의 색상이 전해주는 스크린의 색채가 예술적으로 다가 왔고, 꽤나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기억도 새롭다.

일본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함께 일본에서 유학하다 중국으로 돌아간 친구를 찾아 잠시 들린 중국 심양에서는 '서울대공략'이라는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동경대공략'의 후속편 격으로 한류붐에 편승해 제작된 홍콩 영화로, 현지에서는 '한성(漢城)대공략'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의 풍습과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주 목적으로 짜여진 영화였는데, 영화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 살았던 서울의 동네가 나오는 모습에 진한 향수와 오랜 외국 생활에 대한 감회가 혼합되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대부분의 중국 친구들도 한성(漢城)보다는 서울(首爾)이라는 표기를 어색해 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한국에서 가장 흥행했다는 '괴물'과 최근에 개봉한 'D-war (현지 제목: dragon wars)'를 보았다. 미국의 극장은 여간해서 사람이 꽉 차는 법이 없다. 워낙 개봉관이 많고, 영화 시장 자체가 크다 보니 한창 흥행하는 영화라고 해도, 극장은 한산한 편이다. 한국 영화를 보다 보면 내가 제작자가 된 것처럼 관객의 반응에 민감해 진다. 등장 인물의 대사가 제대로 영역이 안 된 것 같아 보이는 부분도 눈에 띄고, 내가 감독이라면 이 부분은 이렇게 연출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면서, 객관적인 관객의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 어렵다. '괴물'의 경우 반미 영화로 분류되어, 미국과 적성 관계에 있는 나라에서 흥행을 하기도 했고, 괜한 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평론가들의 평가를 접한 적도 있었는데,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서울의 한 가난한 가족의 가족애와 주인공인 송강호의 감칠 맛나는 연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주무대가 되었던 한강 고수부지를 보면서 병원 생활을 하는 와중에 짬을 내어 양재천부터 탄천을 지나 반포대교까지 이어진 자전거 길을 달리던 예전 생각이 나면서 고향 생각이 간절해 졌다.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디워'의 경우는 대체로 연기자들의 연기가 미숙하고, 시놉시스도 엉성하다는 혹평이 지배적인데 반해, 흥행 성적은 괜찮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주 배경이 한국이 아니고, 주인공들도 미국인들이지만, 미국의 중심부에서 한국 영화가 상영되고 있고, 흥행 성적도 상위권에 랭크하고 있는 사실이 지난 여름 이 곳 베데스다에서 열린 AT&T컵 PGA 골프대회에서 최경주 선수가 우승할 때만큼이나 기분 좋게 한다.

군사력이나 정치력보다는 문화와 과학에서 세계를 이끌어 가는 우리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국 영화를 보고 나와 한국에서 생산된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 한국산 핸드폰으로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의학 분야에서도 한국이 세계의 흐름을 주도해 나갈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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