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nandoah Valley
미국에 온 이후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어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대서양 바다와 연해 있는 Ocean City와 애팔래치안 산맥의 일부인 Shenandoah Valley의 두 곳이 떠올랐다. 때가 여름인지라 Ocean City의 모든 호텔은 만원이었고, 예약이 되지 않아 Shenandoah로 목적지를 결정했다. 미국의 대표적 컨트리 가수로 꼽히는 John Denver의 'country road' 노래에 나오듯이 Shenandoah가 웨스트 버지니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론 웨스트 버지니아에 인접한 버지니아에 위치한다. 메릴랜드에서 출발하여 우리 나라의 수도권 외곽순환도로에 해당하는 capital beltway를 타고 가다가 66번 도로를 따라 한 시간 반 가량 가면 프론트 로얄이란 곳에 다다르는데, 이 곳에서 다시 81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려 미리 예약을 해 놓았던 'Bed and Breakfast'에 도착하였다. 81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왼편으로 Shenandoah Valley가 나란히 달리는데 산이 일자로 쭉 뻗은 것이 멀리서 보아도 장관이다. 'Bed and Breakfast'란 곳은 미국과 캐나다에 잘 발달해 있는데 우리 나라의 민박과 펜션을 합쳐 놓은 것과 같은 숙박 시설로써 주로 산속이나 휴양지에 있는 유서 있는 집이나 건물을 개조하여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묵었던 Cave Hill 이란 곳은 1830년도에 지어진 Hopkins가의 저택인데, 그 가문은 당시 이 곳 Harrisonburg의 절반 이상 되는 토지를 소유하던 지역 유지로서, 지금도 그 가문의 후손이 이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이 곳을 당시 쓰던 가구와 가재 도구로 꾸며 놓아 이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숙박 시설로 개조해 놓은 곳이다. 지금도 이 곳은 낙농업이 주요 산업으로 집약적인 노동력인 필수적이었던 만큼, 노예제가 절실했던 지역으로, 남북 전쟁 당시 버지니아의 주도인 리치몬드를 남부의 아메리카 연합(Confederate States of America)의 수도로 삼았던 역사적 사실과 현재에도 가장 유색 인종에 대한 편견이 많이 남아 있는 사실이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 Hopkins 집안에서도 남부군의 장군을 비롯한 많은 군인들이 배출되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기록과 사진들이 이 집에 전시되어 있다. 볼리비아 출신의 노부부가 이 곳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은 맞이하는데, 미국의 남북 전쟁 당시의 집으로 회귀한 듯한 장식과 푸짐한 현지식 아침 식사로 일반적인 호텔에서 묵을 때는 경험할 수 없는 이색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튿날은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Luray 동굴에 들렀는데, 이 곳을 둘러본 한국인들은 단양의 고수 동굴보다 못하다고들 하는데, 자연이 빚어내는 장관과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Shenandoah Valley는 능선이 100 마일 가량되는 남북으로 길쭉한 산인데, 이 능선을 따라 산길 도로가 나있고, skyline drive란 이름이 붙어 있다. 가장 유명한 때는 가을철 단풍이 지는 시기이지만, 여름에도 하늘에 올라와 있는 듯한 착각에 날개를 펴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다. 뉴욕이나 시카고의 마천루도 장관이고, 브로드웨이의 뮤지컬도 미국에서 꼭 볼거리이지만, 대자연이 빚어낸 이런 경관만큼 웅장하고 사람의 마음을 벅차게 하는 것이 있을까 싶다. 가을이 되면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첫 번째 가족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