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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치는 최악의 시나리오
소름끼치는 최악의 시나리오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09.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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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처방과 함께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이 의료계의 또 다른 '핵 폭탄'으로 떠 오르고 있다.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소신진료를 위축시켜 결국 국민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의료계의 반발과,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방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해있던 환자의 권익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반색이 대조적이다.

법안을 제출한 의원 중 한 명인 대통합민주신당 이기우 의원과 시민단체의 주장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의사 입장에서도 좋은 법안'이라는 대목이다.

이기우 의원은 최근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 "결코 의료인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상실케 하는 그런 법안이 아니다"며 오히려 "이 법이 통과되면 의료인과 환자간에 새로운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국장도 모 일간지에서 "의료진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이런 말들이 가능한 이유는 이렇다. 법안에는 보건의료인이 종합보험에 가입된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제기할 수 없도록 한 형사처벌특례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즉 입증책임이 전환돼 의사에게 다소 부담이 된다 하더라도, 중과실을 범하지 않은 이상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게 됐으므로 의사에게 좋지 않느냐는 것.

사실 형사처벌 특례는 의료계가 과거 20년 동안 꾸준히 요구해온 핵심 사항 중 하나다. 문제는 형사처벌 특례 조항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다. 형사처벌 특례가 삽입된 의료분쟁조정법이 과거 두차례나 법무부의 반대로 제정이 무산된 전력이 이같은 추측을 확신케 한다. 법무부는 이번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 확실하다.

의료계 일각에선 과거와 마찬가지로 법무부의 강력한 반대로 이 법안 역시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 특례만 삭제된 채 통과되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도 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의료계로서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계류중인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에는 형사처벌특례와 더불어 그동안 의협이 요구해 온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보상,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등이 모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입증책임의 굴레만 씌운채 의료인을 위한 안전장치는 전무한, 의료계 사상 최악의 법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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