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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 파업이 남긴 것

연세의료원 파업이 남긴 것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8.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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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연세의료원 노조가 최근 파업을 철회했다. 꼬박 28일의 파업은 중앙노동위원회의 2차 조정에서 노사가 합의를 하면서 끝났다.

병원은 다시 정상을 되찾은 듯 하다. 미뤄왔던 예약 진료도 재개되고 폐쇄됐던 일부 병동도 다시 가동됐다.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받아왔던 환자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다.

애초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다인병실을 확대운영하며 간호등급을 상향조정하는, 이른바 '공익적 사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합의안에서는 이 공익적 사안이 대폭 후퇴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담기는 했지만 간호등급 상향조정 문제는 나중에 협의하기로 했다. 다인병실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 대신 노조는 많은 것을 얻었다! 임금은 올랐고 자녀학비와 가족수당 등의 복지 혜택을 누리게 됐다. 직원들이 이용할 콘도 구입도 합의안에 들어있었다. 이런 사안들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겠지만, 애초의 공익적 사안은 어디로 갔는가. 직원들의 복지 혜택을 더 얻어내기 위해 환자를 방치하면서까지 파업을 벌인 것인가.

얼마 전 동아일보에는 연세의료원의 파업 도중 50대 여성 암 환자가 숨진 사건이 보도됐다. 개요는 이렇다.

50대 후반의 여성이 6월 22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난소암 수술을 받았다. 난소와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지만 환자 상태는 호전됐으며 7월 6일부터는 1차 항암치료에까지 들어갔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환자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 하루 전인 7월 9일부터 변비증세와 심한 복통증세를 보였다.

여기서부터 병원과 환자 유가족의 주장이 조금씩 다르다.

환자 측은 "의료진에게 지속적으로 장폐색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의료진이 X선 사진에 이상이 없으니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환자 측은 또 "수술을 받은 뒤 투약상황이나 대소변량을 체크하는 등의 간호업무가 파업 때문에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환자 측은 그 근거로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평소 6, 7명에서 파업 후 3, 4명으로 줄었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파업과 환자의 사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병동에는 환자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간호사들이 근무하고 있었고 전공의도 2, 3명 상주하고 있어 환자 진료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또 "환자가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맞지만 유족의 주장처럼 꼭 장폐색으로 인해서만 생긴 것이 아니라 항암치료에 따른 면역기능 저하가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또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족 측에 부검을 제의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자의 큰 딸은 "그런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건이 의료사고인지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필자는 노조가 이 환자의 사망을 둘러싼 책임 공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 기사를 접한 한 네티즌의 글을 소개한다. 이 네티즌 또한 부친이 비슷한 시기에 이 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파업 후 수술 환자에 대해 1시간마다 체온과 혈압을 측정하는 과정은 생략됐다. 몇 명 남지 않은 간호사는 죽어라 일하고 있었다. 열심히 일하는 의료진의 문제일까? 아니다. '동료의 기본권'을 외치며 사람 목숨을 담보로 파업하는 사람들 때문인 것이다. 파업한 자들이여. 병실에 남아서 열심히 치료한 의사나 간호사를 욕먹게 하지 마라. 오전 6시부터 병원 로비에서 마이크를 잡고 '파업은 환자를 위한 것'이라고 외치는 그들을 보면 '진짜 환자를 위한다면 좀 조용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병원은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들의 맘에 깊이 팬 상처는 쉬 아물 것 같지는 않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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