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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4>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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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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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Library of Medicine
▲ 이시훈(내과전문의, NIH visiting fellow)

NIH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에서 방문하는 많은 분들의 안내 요청을 받게 되었다. 학회 차 이 지역을 방문하는 분들, 보건 및 의료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자료 수집 방문, 그리고 방학 동안에는 국내 의과대학생을 비롯하여 많은 학생들이 방문하여 이 곳을 둘러 보고 싶어 한다.

레지던트 3년 차 때 처음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여, 당시 그 곳에서 유학 중이던 연세의대 의사학과 여인석 선배님의 안내를 받으며, 파스퇴르 연구소 및 각종 연구 시설과 의학사에 관련된 사적들을 둘러 보고 매우 감명을 받았고, 해외에서의 연구 의지를 불태우던 기억이 남아 있기에, 학생들의 방문은 좀 더 신경이 쓰이고, 그들에게 이 곳 현지의 연구 시설과 의학 연구 동향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 곳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안내하는 곳은 NIH의 산하 단체이면서 가장 활발한 활동과 전세계의 의학 연구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국립의학도서관 (NLM)이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의학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하며, 이를 전세계 모든 의사, 연구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은 PubMed와 MedlinePlus 등의 전산화와 인터넷망을 통한 의과학 정보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현 노력으로 나타난다.

NIH가 해군 병원 내 위생실험실로부터 기원한데 반해, NLM은 육군 병원의 자료 보관실에서부터 여러 차례 장소 이동과 조직 변경을 통해 NIH 메인 캠퍼스 내에 현재의 모습으로 설립되었다고 한다. 동서 냉전이 한창일 당시, 소련의 핵공격에도 소장 자료가 손상되지 않도록 자료 보관실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으며, 수 미터에 달하는 두께의 콘크리트 벽이 무너져도 자료 보관실이 보호될 수 있도록 특이한 모습으로 설계, 시공이 되어 있다. 이 곳을 방문하는 러시아 연구자들에게 그러한 사실을 설명하면, 옛 소련의 도서관도 같은 이유 때문에 비슷한 모습으로 설계되었다고 하면서 웃고 지난다는 사실을 도서관 홍보 담당자에게 전해 들으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의과대학 시절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자랑한다는 모교의 의학도서관에서 CD를 받아 들고 Medline을 뒤적거리며 보고서를 작성하던 때가 얼마 전인 듯하고, 의대 컴퓨터 서클에서 조만간 월드 와이드 웹이 지배하는 인터넷 세상이 될 것이란 특강을 접하면서 먼 훗날의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만 느꼈는데, 10년이 지나지 않아 인터넷을 통한 PubMed 등의 도움이 없이는 환자 진료도, 연구도 진행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과학, 기술, 특히나 정보분야에 관한 빠른 발전은 의료와 연구의 모습을 지금과는 얼마나 다른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그런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이 언제나 NLM에 오면 들게 된다.

방대한 자료를 보관하고 처리할 수 있는 수퍼컴퓨터실은 이 곳이 자랑하는 시설 중 하나인데, 이 곳의 보안을 위해 설치된 여러 가지 장치를 설명하면서 가장 최근에 설치된 홍채인식장치를 강조하는 데, 자세히 보니 LG에서 제작한 장치였다.

산업화에서는 뒤늦었지만, 정보화에 있어서는 세계를 선도해 나간다는 우리 나라의 저력에 자랑스러워 하면서 잠시나마 이 곳을 방문하는 분들, 특히나 젊은 학생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NLM에 오게 되면 스스로에게도 언제나 정진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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