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5일 EDI로 진료비를 청구하는 중소병의원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의료정보화 시책에 참여하는 기관을 우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행 이유를 밝혔다. 보험 청구를 전산화 하면 환자의 신상정보와 진료내역이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돼 언제든지 통계화가 가능하다. 즉 어느 병원이 한달에 몇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주로 어떤 환자에 대해 어떤 처방을 내리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진료 내역의 데이터베이스화는 전국적인 유병율 파악, 합리적인 수가 조정 등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복지부가 의사들의 진료정보를 가지고 이처럼 좋은 일을 할턱이 있겠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갑다. 복지부 스스로 밝혔듯이 "EDI청구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은 현지실사를 강화한다"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보험재정이 파탄난 원인을 수가인상 등 의사들 책임으로 떠넘기며 의료기관의 허위·부당청구 단속에 열을 올리는 과정 속에 튀어 나온 것이라 더욱더 그런 의심을 가중시키고 있다.
복지부가 EDI청구기관으로 가입하면 준다는 '인센티브'는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EDI청구는 프로그램 가격보다 설치 후 유지·보수비가 훨씬 더 많이 들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공짜로 준다는 것은 조삼모사식 우롱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EDI를 하지 않을 경우에 주는 '벌'은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EDI로 청구하면 심사기간을 15일 이내에 종결하고, 반면 기존 서면청구나 디스켓 청구는 25일에서 40일로 연장한다는 것이다. 또 올 2/4분기 현지 실사 중점항목에 의원약국 담합, 고가약 남용, 허위청구 기관 외에 서면청구 기관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사실상 EDI를 강제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복지부가 얼마전 EDI청구를 전 의료기관에 의무화 하려다가 위헌 소지가 있는 등 문제에 봉착하자 이같은 유치한 편법을 생각해 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3월 "EDI청구가 의료계에는 전혀 혜택 없이 의료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전용되고 있다"며 EDI청구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이제는 의협 차원에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 비난만 받고 결국 백지화된 전자 주민카드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복지부는 이제라도 의료정보화 사업을 의료계와 진지한 협의를 통해 추진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게 의료계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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