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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3>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3>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7.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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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A-NIH 피크닉

▲ 이시훈(내과전문의, NIH visiting fellow)

어느 정도 미국 생활을 경험한 분들은 한국과 미국 생활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면서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숲이 우거지고, 공해도 적으며, 주차 및 도로 사정도 한국보다 좋은 것 같고, 서두르지 않는 생활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도 있는데, 가끔 NIH에서 지내면서 생활이 조금 건조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 이유는 일단 언어가 완벽하지 않다 보니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각 나라에서 온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가정을 생활의 우선 순위에 두는 미국인들의 사고 방식과 생활 양식이 가족과 친지들을 한국에 두고 온 많은 한국인 연구원들에게 더욱 낯선 이국 생활의 비애를 맛보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곳에서 만난 한국인 가정들은 아이들을 보통 3명씩 낳는 경우가 많고, 가족끼리의 모임이 매우 활발하다. 한국에서는 주로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이 곳에서는 교회나 성당에서의 교류를 비롯해서, 모든 사교 모임에 가족 단위로 참가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한국에서 사이가 요원하던 부부가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다시 가까워진 경우도 있다고 하고, 자녀들과도 많은 대화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미국 연수 시기를 회상하는 선배님들의 말씀을 많이 들어왔다.

지난 주에는 NIH의 한국인 모임인 KSA (Korean Sci-entist Association)에서 주최하는 피크닉에 다녀왔다.

매년 신년 모임과 여름에 피크닉을 함께 하며, 매달 학술 세미나를 통해 과학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다지는 모임으로 이 곳에 온 이래로 매우 애착이 가는 모임이다.

1950년대 한국 전쟁 직후에 100여 불을 손에 쥔 채 화물선에 몸을 맡기고 도미하여, 갖은 난관과 인종에 대해 편견으로 고생하시면서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연구에 매진하셨던 대선배님부터, 최근에 한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박사 후 과정을 위해 이 곳으로 온 70년대 중· 후반에 태생한 30대 초반의 박사까지 한 데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 실험실 이야기, 고국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고, 함께 흘러간 한국 노래를 부르고, 운동을 하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최근 국내의 이공계 기피 현상, 특히 바이오 관련 연구 분야의 위축 현상과 맞물려 국내에서 자신의 연구 역량을 맘껏 펼쳐볼 수 있는 기회가 점차 한정되어 가는 현실에 대한 깊은 우려가 이 곳에서도 감지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외부적인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실험실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우리 나라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며칠 전에 모교에서 견학 차 방문한 5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PubMed로 유명한 NIH 내의 NLM(National Library of Medicine)을 방문했는데, 최근 PubMed에 접속 건수가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고, 이미 일본보다 앞서기 시작했다는 이 곳 사서의 말을 들으면서, 과학과 문화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세계 일류 국가로의 진입이 그리 멀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자부심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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