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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2>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2>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7.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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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병원 분만기

▲ 이시훈(내과전문의·NIH visiting fellow)

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조금씩 긴장이 되기 시작하던 터에 집에서 실험실로 걸려 온 전화에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마음으로 산부인과 주치의인 Dr. Nawab에게 전화를 걸었다.

Dr. Nawab은 같은 실험실의 이탈리아 동료, 미국 동료의 아기를 받아준 분으로 그들의 소개를 받아 알게 된 선생님으로, 조지 워싱턴 의대의 임상교수이면서 일흔 가까운 연세에도 활발하게 진료를 하고 계신 분이다. 항상 환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비결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오래된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친절한 이웃 할아버지와 같은 푸근하고 자상한 설명인 것 같다.

잔뜩 긴장해 있는 우리에게 서두르지 말고 곧바로 클리닉으로 오라고 했다.

첫 번째 아기인데다가, 낯선 곳에서의 분만이기에 긴장된 마음을 늦출 수가 없었다. 진찰 결과 진통이 시작되었고, 오늘 안으로 우리의 딸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인근의 대형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태아 성감별이 위법이 아니다. 서두르지 말고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말도 잊지 않는 자상함은 더욱 의사로서의 신뢰를 굳게 했다.

Dr. Nawab은 조지 워싱턴 의대 병원, 그리고 두 곳의 종합병원에서 어탠딩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환자의 거주지와 선호도를 고려해서 분만할 병원을 지정해주고, 산모체험(maternity tour)을 통해서 환자들이 분만실 시설을 미리 둘러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미리 연락을 받고 준비가 되어 있는 분만 대기실에서는 모든 일이 일사불란하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분만 대기실의 가장 큰 기능은 임산부의 진통이 진진통인지 가진통인지를 구분해서 귀가 조치 및 분만실로의 이송을 결정하는 것이다.

모든 분만실은 가족 분만실로, 자연 분만의 경우 남편 및 친지 4명까지 함께 분만에 참여할 수가 있고, 제왕절개 분만의 경우는 가족 중 1명이 참여할 수가 있다. 분만실로 이송이 되면 무통 분만을 위한 경막외 마취 여부를 선택하고, 곧이어 마취과 전문의가 경막외 마취를 시술하게 된다. 이어서 Dr. Nawab이 분만실로 들어 왔고, 분만이 시작되었다.

예전에 분만 과정을 그린 영화 'nine month'에서 보아온 서양의 가족 분만실을 떠올리며, 그 동안 열심히 배웠던 라마즈 호흡법을 산모와 함께 따라 해 보았는데, 쉽지는 않았다.

4 시간 여 만의 산고 끝에 세상에 나왔음을 알리는 우렁찬 아기의 울음 소리에 새로운 가족을 얻게 된 기쁨과 함께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워 짐을 느끼면서 아내와 함께 분만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었음이 자랑스럽게 생각되었다.

입원실에서는 산모가 신생아와 24시간 동안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모자동실로 꾸며져 있었으며, 이틀 간의 안정을 취한 후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의료보험의 혜택으로 본인 부담금은 거의 없었지만, 집으로 우송된 분만 및 제비용에 대한 청구서의 금액은 일만 달러가  넘는 많은 금액으로, 국내 의료 수가 체계의 비현실성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미국 내에서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의료비용 문제가 언제나 큰 사회 이슈가 되고 있고, 의료보험에 가입할 만한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의료에 대한 시설 투자도 국가 재정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한다.

각종 의료 소송 및 이에 대한 의사들의 의료 소송을 대비하기 위한 보험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만나는 의사마다 불만을 토로한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의료 제도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하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의료 제도와 높은 의료의 질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 국가와 의료 행정가들이 좋은 정책을 위해 계속 연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의료인의 일원으로서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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