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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1>

[이시훈의 "여기는 NIH입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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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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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병원 시스템

▲ 이시훈(NIH visiting fellow)

NIH에는 Clinical Research Center라고 하는 병원이 있지만, 이는 연구 병원이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료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외국의 의료 체계에 대해서는 예방의학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이기에, 실제로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의 의료 및 병원 시스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년 넘게 이 곳에서 생활하면서 직, 간접적으로 미국의 의료 기관을 이용해 볼 기회가 생겨 의료 제공자가 아닌 의료 이용자로서 미국의 의료에 대해 조금은 체험할 수 있었다. NIH에 근무하는 연구원들과 직원들은 특정 의료 보험에 가입하게 되는데, 보험료는 NIH에서 부담한다. 이는 NIH가 다른 연구 기관에 비해 근무 여건이 우수한 가장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고 한다. 의료보험회사에서는 자신과 협약을 협정한 이 지역 의사들의 명부를 제공하는데, 보험의 약관에 따라서 자신의 진료 의사를 지정할 수 있는 경우와 지정된 의사에게만 진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인상적인 것은 가정 혹은 개인 주치의 제도인데, 의무 사항은 아니고 권장 사항이지만, 개인이나 가정의 주치의를 지정하고 모든 일차 진료를 담당하게 하는 제도로 개인이나 가정의 전인적이고 포괄적인 진료를 제공할 수 있고, 심화된 진료가 필요할 경우 적절한 전문가에게 의뢰함으로써, 무분별한 의료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여 의료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인 것 같다.

환자들의 가장 큰 불만인 충분하고 친절한 설명의 부족은 현 국내 의료 상황에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개인 담당 주치의와 항상 건강에 대해 의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담당 주치의도 어떠한 의학적 의견에 대해 독자적 결정이 쉽지 않을 경우, 세부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하고, 필요할 경우 second opinion을 구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아 더욱 의사에 대해 믿음이 가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일부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개인 및 가정 주치의 제도가 확립이 된다면 의사와 환자 간에, 그리고 의사 간에도 신뢰가 많이 회복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 의원과 대형 병원 간의 환자 이송 및 회송 시스템도 대형 병원에만 환자들이 몰리는 의료 불균형을 완화하고 더욱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다른 인상적인 제도는 개방형 병원 시스템이었다. 미국의 많은 대형 병원이 이 제도를 시행 중인데, 병원과 의사간에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는 폐쇄형 병원 시스템과는 달리 지역의 대형 병원이 개원의들에게 입원, 수술, 검사, 중환자실 등 많은 의료 시설을 개방하여 공유하게 하는 제도다. 개원의들에게는 많은 시설을 직접 갖출 필요가 없어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 대형 병원의 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전문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병원 측에서는 의사들의 인사 관리나 행정적인 업무를 줄일 수 있고, 지역의 많은 실력 있는 의료진을 유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을 계속 담당해온 주치의로부터 지속적이고 전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의료 행정 전문가도 아니고, 미국에서 진료를 한 것도 아니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본 미국의 의료는 분명 제도 면에서 앞서 있는 부분이 있고, 배워야 할 점도 있는 것 같다.

무조건 미국의 제도라고 해서 받아들일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검토와 연구를 거쳐 우리의 의료 실정에 가장 알맞은 의료 제도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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