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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21:53 (금)
안락사의 문제…

안락사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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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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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욱(대외법률사무소)

Q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논란이 된 안락사 문제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대강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의사A는 병원에 입원 중이던 말기 간경변 환자에 대하여 딸들의 동의를 받고 산소공급 호스를 떼어내기로 하였다. A의 판단으로는 이미 환자의 상태가 간경변의 마지막 단계인 간신증후군에 이른 상태였기 때문이었고 환자 또한 계속하여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면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여서 생명연장을 위한 산소호흡기 지속이 의학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A는 환자에게서 산소 공급 호스를 떼어내었고 그 이후 환자는 사망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보호자 중 아들이 어머니의 사망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고 경찰에 살인죄로 의사와 딸들을 고소하게 된 것이다. 경찰은 의협 등에 사실조회를 하고 진료기록부를 검토한 결과 산소호흡기를 떼 낸 것과 사망간에 법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무혐의 의견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확한 사실관계는 이와 다를 수 있다.

A 통상 경찰은 의사가 환자의 적극적인 생명연장조치를 중단시키거나 포기한 경우 유기치사죄나 살인죄로 법적용을 하여왔다. 그런데 이 건에 대하여 경찰이 무혐의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보라매사건 이후 다시 안락사에 대한 논쟁이 불거졌다. 표면상 쟁점은 호흡기 제거와 사망이 서로 법적으로 인과관계가 있었냐 여부일 것이다. 호흡기를 제거한 것으로 바로 사망하였는지 아니면 병세가 악화됨에 따라 호흡기 제거와 무관하게 사망하게 된 것이냐에 대한 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논란이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우리 법체계에서 이른바 '안락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망을 자연적인 심장의 운동정지로 보는 상황 하에서 심장이 정지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일정한 조치를 하여 심장이 멈추도록 하는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이나 형법학자의 다수 의견이다. 안락사도 적극적인 안락사(일정한 행위를 하여 사망하도록 하는 것)과 소극적인 안락사(일정한 생명연장조치를 하지 아니함으로 사망하도록 하는 것)이 있는데 이 둘 모두 현행법에서는 허용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의 생명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법의 생각이다. 자살을 하는 경우 자살자는 더 이상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처벌할 수 없지만, 자살을 도와준 사람은 자살방조죄로 처벌을 받는 것이다. 안락사의 허용 여부는 법을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해석에 따라 허용여부를 맡겨두면 법 집행자나 법 판단자의 자의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이 사망하면 반드시 다양한 이해관계가 발생한다. 상속문제가 대표적이다. 상속은 재산 뿐 아니라 진료비 채무와 같이 빚도 상속이 된다. 이 사건에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상속재산이 많은 경우에는 상속인들 간에 상속결격자를 만들기 위하여 상속인 중 일부를 사망에 가담한 사람이거나 비난을 받을 상속인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실무에서는 왕왕 발생한다. 위 사례는 향후 검찰의 판단 또는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다. 이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은 일부 유족이 사망의 원인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것에 있다. 사망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아마 하느님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제기된 이상 결론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나올 것이다. 의료인의 입장에서 사망으로 인하여 유족 사이에 이해다툼이 있는지 여부를 미리 파악하고, 상속인 모두에게 호흡기를 떼는 것에 대한 의학적인 설명과 법적인 의미를 설명했더라면 혈육끼리 고소를 하여 선친의 사망이 법적인 잣대로 평가되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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